[미래 개척하는 청년창업가들] <8> ‘씨드로닉스’ 박별터 대표
2일 서울 강남구 내 창업지원 공간인 마루180에서 만난 박별터 대표는 10년 안에 사람이 타지 않은 자율운항 선박을 바다에 띄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자율운항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시장 인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정부도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일 만난 박별터 씨드로닉스 대표(34)는 독특한 이름만큼 차별화된 스타트업을 키워 가고 있다. 씨드로닉스는 드넓은 바다에서 무인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의 자율운행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어 익숙하지만 선박의 자율운항은 아직 낯선 영역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분야의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은 국내외에서 씨드로닉스가 유일하다. 씨드로닉스가 세계 최초, 최고를 목표로 하는 것이 허황되지 않은 이유다.
박 대표는 KAIST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15년 말, 연구실 동기 3명과 함께 창업에 나섰다. 자동차나 드론 등에 적용되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연구하던 때였다. 그저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그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자동차, 배달로봇 등 자율운행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 중에 박 대표가 선택한 것은 선박이었다. 박 대표는 “선박 사고 대부분이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자율운항기술 개발이 필요한 분야였지만 사실상 황무지에 가까웠다”며 “우리가 뛰어든다면 그런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선박 접안보조 시스템인 ‘선박어라운드뷰’다. 배가 부두에 정박하는 접안 과정 때 카메라를 활용한 인지 시스템이 선박과 부두 간의 거리와 선박의 속도, 풍속 등의 상세한 정보를 도선사에게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기술이다. 흔히 접하는 자동차의 주차보조 시스템이나 차선 이탈 방지 기능과 유사하다. 현재 울산본항에 총 4개가 설치돼 도선사의 접안을 돕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 시스템의 목적은 도선사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접안의 부담감과 위험성을 줄이는 것”이라며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전통산업과의 충돌이 아닌 협업이 발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올해 목표는 국내 4대 항만(울산 부산 여수광양 인천) 모두에 선박 접안보조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북유럽과 싱가포르 등 해외 항만으로의 수출도 꾀하고 있다.
씨드로닉스는 선박어라운드뷰 시스템을 바탕으로 지난해 하반기(7∼12월) 초기 투자에 해당하는 ‘시리즈A’ 유치에 성공했다. 올 1월에는 해양수산부로부터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박 대표는 여전히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창업 후 4년 동안 경쟁 업체는 물론이고 후발주자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그의 최종 목표 또한 변하지 않았다. 그의 꿈처럼 완전한 자율운항 선박이 개발되면 사람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박 대표는 “정부에서도 필요성을 알고 사업 기술 개발을 도와주고 있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상용화는 아니더라도 자율운항 선박의 시범 버전은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