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세균 무섭지만 결국 극복 현대 의료기술로 AIDS도 관리 가능 가장 무서운 존재는 전쟁과 살상무기 소규모 핵전쟁도 10억 명 사망 예상 전 인류-국가 합심해 해결책 찾아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코로나로 인한 희생자가 전 세계적으로 벌써 20만 명에 가까우니 이는 대재앙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100년 전, 세계 20억 인구의 4분의 1을 감염시키며 5000만 명을 희생시킨 스페인 독감과 비교하면 오늘의 인류는 매우 잘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발전한 과학적 방역 및 의료 시스템 덕택이다. 아울러 면역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향상된 영양 상태와 건강한 체력이 뒷받침한 것으로 믿어진다. 지난 10여 년 사이 유행했던 신종플루, 메르스 등도 결국 종식됐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스페인 독감처럼 20세기 초까지도 수많은 목숨을 단번에 앗아가는,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 이 적으로 인해 인류 역사는 수차례 대전환을 겪었다. 예를 들어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을 디딘 뒤, 원주민의 대부분은 면역력이 없었던 천연두 등으로 희생됐다는 분석도 있다. 원주민들로서는 통곡했을 역사 전환이 유럽의 군사적 침략에 패배해서가 아니라 유럽에서 함께 묻어 온 바이러스나 세균 때문이란 것이다.
이렇게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이었던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상당히 제어됐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제는 인간 스스로 만든 전쟁용 살상(殺傷)무기가 훨씬 더 치명적 존재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3년에는 한 해 동안의 희생자가 1500만 명에 달했다. 전쟁무기의 살상력은 바이러스와 이렇게 차원이 다르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 두 발은 약 20만 명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그리고 무려 300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낸 6·25전쟁은 우리가 직접 겪은 참혹한 역사다.
그런데 6·25전쟁 이후 70여 년간, 전쟁이라는 국가 간의 본격적 폭력행위는 어쩌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전쟁은 핵(核)의 주변부를 맴돌며 대부분 게릴라전 같은 양상을 보였다. 그동안 한 해 평균 150만 명 정도가 이런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도 물론 엄청난 숫자지만 2차 대전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것이다. 큰 병이 돌고 나면 많은 사람은 백신으로 면역력을 지니면서 희생을 모면하게 되는데, 아마도 핵폭탄에 대한 두려움이 전쟁을 예방하는 백신 역할을 하는 듯싶다.
2008년 과학자들은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전쟁을 시뮬레이션한 바 있다. 히로시마급 핵폭탄 100개를 주고받는 경우로, 당연히 상대방에게 큰 타격을 입히기 위해 인구 밀집 도시지역을 폭격한다고 가정했다. 그 결과는 화염과 방사능으로 2000만 명의 순간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기를 뒤덮는 검은 재로 지구는 냉각되어 전 세계 농업은 거의 궤멸되고, 그 후유증으로 약 10억 명의 인구가 전쟁 후 몇 달 안에 기근 등으로 희생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런데 이 시뮬레이션에서 가정한 핵폭탄 100개를 모두 합한 위력은 현재 미국이나 러시아가 지니고 있는 수많은 핵폭탄 중 단 한 개에도 못 미친다. 핵폭탄은 결국 지구를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는 엄청난 존재다. 바이러스가 높은 파도라면 핵폭탄은 쓰나미다. 우리가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합심해 노력한 것처럼 핵 문제도 모두 관심을 갖고 심도 있게 대처해야 한다. 특히 우리를 위협하는 핵폭탄에 대해서는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