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가 언제든지 다시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수많은 의료진의 헌신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 결과로 코로나19 환자가 줄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안심하기엔 이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경증이나 무증상으로 진행되고, 전파력이 높은 데다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뀌는 등 전문가들조차 예측하기 힘든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가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1918년 세계를 휩쓴 스페인독감처럼 올가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 3월 미국에서 처음 발생한 뒤 1919년 종식까지 3번의 파동이 있었다. 1918년 가을 스페인독감 2차 파동 때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가을이 되면 밀폐된 실내 생활이 빈번해져 바이러스가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바이러스 유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두고만 볼 수는 없다.
이는 우리에게 많은 사실을 시사한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독감, 감기, 결핵 등 호흡기 감염질환은 국민 스스로 또는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독감 등 감염질환이 어느 지역에서 시작한다면 해당 지자체가 먼저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펼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감염병 대책을 대개 개인에게 맡겼다면 앞으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손 씻기와 마스크 사용, 아프면 집에 머물기 등이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온 국민이 절실히 인식한 건 커다란 경험이다. 이는 가을에 다시 유행할지도 모르는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생활방역이자 개인위생 관리이기도 하다.
특히 손 씻기는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신종플루가 나타났을 때도 강조됐지만 이번처럼 전 국민이 체험·실천한 건 유례가 없었다. 심지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퇴근을 하지 못하는 회사도 있었다. 이제 고열, 몸살 등 몸이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게 보편화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감기나 몸살에 걸려도 약을 먹고 출근 혹은 등교하는 게 보통이었다. 코로나19는 이런 행동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절실히 가르쳐주고 있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선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몸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파킨슨병 환자나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진료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다른 감염질환이 발생했을 때도 지역별로 비대면 진료 형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선별진료소에서도 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통해 감염을 최소화한 사례가 있다. 처방약도 약사와의 비대면을 위해 ‘약 배달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게 좋다. 보건당국은 ICT를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 인프라를 정착시키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 조목조목 챙겨 봐야 할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