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체제 결론… 김종인 “임기제한 없는 전권 달라”
통합당 수습 나선 지도부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통합당은 총선 참패로 위기를 맞은 당의 수습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왼쪽부터 이준석 정미경 조경태 최고위원, 심 권한대행, 김영환 최고위원. 뉴스1
미래통합당이 22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해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로 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당 운영 전권을 부여해 리더십 공백 상태를 추스르고 2022년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것. 이를 김 전 위원장이 수락하면 통합당은 다음 주초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공식 추인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당선자가 낙선한 기존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통합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현역 국회의원 및 당선자 142명의 전수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차기 지도체제를 김종인 비대위로 결정했다. 전날 실시한 전수조사에 응답한 의원 및 당선자 140명의 의견이 김종인 비대위(43%)가 조기 전당대회(31%)보다 많았던 데 따른 것.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전날 의총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은 쪽으로 최종 결정하기로 했고 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가 다수였다”고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종인 비대위 또는 조기 전당대회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주고 기타 의견을 받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기타 의견도 26%나 돼 어느 안도 과반수(71표 이상)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심 권한대행은 23일 김 전 위원장을 따로 만나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공식 요청하고 비대위 임기와 권한 범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비대위원장직 수락 여부에 말을 아껴왔던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확정된 게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총선 패배 원인부터 분석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 생각은 그렇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 측은 “보수 일변도인 통합당 지지층의 재구성을 최우선 과제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최고위 직전 통합당의 대선 주자 육성론을 꺼내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라디오에서 “차기 대선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통합당의 첨예한 과제인데 상당수가 이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까지는 해 줘야 된다”고 했다. 이어 “내년 3, 4월 이후부터 후보 선정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전망이 어떻게 설 수 있다는 나 나름대로의 개념이 있다”고 했다.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긴 호흡으로 차기 대권 주자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상품이 안 팔리면 브랜드를 바꿀 수도 있다. 국민에게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당명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며 당명 교체 가능성도 내비쳤다.
통합당은 다음 주초 700∼800명 규모의 전국위를 소집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공식 추인하는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전국위에서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야 최종 확정되는데 재선 당선자들이 23일 긴급 회동을 갖기로 하는 등 ‘김종인 비토론’도 만만찮은 상황이 변수다. 한 3선 당선자는 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의 구체적 임기와 권한 등에 대해 당선자 의견 수렴도 없었으니 최종 결정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재선 당선자는 “비대위로 전환하더라도 초·재선들이 중추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조동주 djc@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