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온다, 리그는 온다]프로야구 NC 주장 맡은 양의지
올 시즌 NC의 주장을 맡은 포수 양의지가 21일 창원NC파크 관중석에서 방망이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딱 10년 전인 2010시즌 중고 신인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던 양의지는 “어릴 때 힘들게 야구했던 것, 좋은 대우(4년 125억 원)를 받고 팀을 옮긴 것 등 많은 장면이 떠오른다. 스스로 나쁘지 않게 야구를 해왔다고 생각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창원=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21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NC 포수 양의지(33·사진)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그러면서도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했던 2020시즌 개막 소식이 반가운 듯했다. 이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사회를 통해 올 시즌 개막 날짜를 5월 5일로 정했다. 양의지에게 야구가 그렇게 그리웠냐고 묻자 “시작이 늦어지면 끝도 늦게 오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휴식이 짧아지지 않겠느냐”는 농담 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다음 시즌 준비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말에선 큰 그림을 그리는 관록이 느껴졌다.
올해부터 팀의 주장을 맡은 양의지는 올 시즌 누구보다 높은 꿈을 꾸고 있다. 팀의 창단 후 첫 우승이다. 시즌 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공공연하게 우승, 대권을 말해 왔다. 양의지는 “남들이 보기엔 높은 목표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이 있어야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강, 5강을 말하면 그 수준에서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고지를 향해 달려갈 때”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31·외야수)의 복귀도 큰 힘이다. 나성범은 지난해 5월 오른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23경기 출전에 그쳤다. 양의지는 “성범이는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 늘 알아서 자기 역할을 잘하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 올 시즌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올해는 필라델피아를 포함해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을 뛰었던 외국인 타자 알테어(29)도 가세했다. KBO리그 최초의 독일 출신 선수인 알테어는 2017시즌 19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한 방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축구 선수를 했던 아버지를 닮아 주력이 뛰어나고 외야 전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2016시즌 팀의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중심 타선 ‘나테이박’(나성범-테임즈-이호준-박석민)에 이어 ‘나테의박’(나성범-알테어-양의지-박석민)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타율 0.354로 35년 만에 포수 타격왕을 차지한 양의지는 그중에서도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의지는 지난해 타격왕의 비결로 “코치님들과 전력분석팀의 덕이다. 노림수도 잘 통했고 볼카운트별 분석이 큰 도움이 됐다. 슬럼프가 오래가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로는 구체적인 숫자보다 “작년보다 더 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두산을 떠나 지난해 NC에서 첫 시즌을 보낸 양의지는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는 게 보인다. 더 많은 스타가 나올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주목할 만한 선수로는 왼손 투수 구창모(23), 내야수 김태진(25) 등을 꼽았다.
눈앞으로 다가온 삼성과의 시즌 개막전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양의지는 지난해 이적 후 첫 경기였던 개막전 첫 타석부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이름값을 했다. 양의지는 “특별한 기록보다는 그저 이기고 싶다. 개막전부터 최대한 많이 승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TV를 보고 많이 웃으실 수 있도록 저희도 야구를 잘하겠습니다.”
창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