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채소나 과일을 녹즙기나 착즙기에 갈아 마시는 사람이 많다. 신선한 과채류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소, 효소 등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어 건강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기기 때문.
그런데 아무 기기나 써도 될까. 시중에서 판매하는 전기 녹즙기의 경우, 착즙 원리에 따라 크게 원심분리형, 외기어 방식, 쌍기어 방식으로 제각각이어서 소비자 처지에선 어떤 방식이 좋은지 고민되기 마련이다.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가 최근 등장했다. ㈜엔젤 식품연구소가 발표한 ‘주스착즙 방식에 따른 당근 주스 품질의 특성 변화’ 논문이 그것이다.
해당 논문은 3가지 방식의 착즙기로 당근 500g을 착즙해 착즙률을 비교했다. 당근 착즙률은 △쌍기어 방식 72.0% △원심분리형 49.7% △외기어 방식 49.6% 순으로 나타났다. 쌍기어 방식의 착즙기가 원심분리형이나 외기어 방식의 착즙기보다 약 1.45배 높은 착즙률을 보였다.
쌍기어 방식과 원심분리형, 외기어 방식 모두 착즙 과정 중 온도 증가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당근의 주요 성분인 미네랄 함량은 쌍기어 방식으로 착즙한 주스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었다. 당근 100g에서 얻은 칼슘의 경우 △쌍기어 방식 15.98mg △외기어 방식 9.60mg △원심분리형 4.34mg이었다. 베타카로틴과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의 항산화 성분도 쌍기어 방식으로 추출한 당근 주스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현재 상용되는 3가지 방식의 착즙기 중 쌍기어 방식이 당근의 착즙 효율과 미네랄 등의 영양소 섭취를 높이는 데 최적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당근 주스의 소화 과정에 따른 항고혈압 활성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ACE 저해능도 분석했다. ACE는 안지오텐신I을 안지오텐신II로 전환해 혈압 증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로 알려져 있다.
소화 과정을 거치기 전의 당근 주스의 ACE 저해율은 1.40%로 미미한 효과를 보였으나, 위장 소화를 거치면서 21.32%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폴리페놀 및 플라보노이드의 구조에 따라 ACE 저해 활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위장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증가한 ACE 저해 활성이 소장 소화 과정에서 다소 감소한 것 역시, 유효 성분의 구조 변형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젤 식품연구소의 ‘주스착즙 방식에 따른 당근 주스 품질의 특성 변화’ 논문은 한국식품과학회지 제51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