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2020년은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으로만 기억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요? 세계적으로도 수만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으니 다른 중요한 뉴스나 이슈 거리도 모두 코로나 19 관련 소식에 가려버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싶다가도, 우리 사회의 여러 중요한 과제들을 둘러싼 진지한 토론마저 소멸해 버리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도 됩니다. 얼마 전 치러졌던 4·15 총선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21대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중대한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각 당의 정책에 대한 검증이나 후보자 간의 치열한 토론보다는 국난에 비견되는 현 코로나 시국에만 담론이 함몰되어 버렸다는 아쉬움이 못내 남습니다.
선거운동다운 선거운동도 치러지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결국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합쳐서 180석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집권여당이 국회 전체 의석(300석)의 5분의 3을 점령하게 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래 처음으로 있는 일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대위기의 국면에서 이렇게까지 집권여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무엇보다도 국난을 넘어선 수준의 글로벌 위기 상황이니 만큼, 국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국회도 정부를 든든하게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였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G제로 시대에 찾아온 글로벌 팬데믹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가 그러하다면, 이른바 ‘글로벌 팬데믹’ 시대에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 리더십에게 요구되는 것을 생각하기에 앞서 지금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큰 변화의 흐름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성인들이 앞 다투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팬데믹 현상을 현대 문명사의 큰 분기점으로 꼽으며 이후 벌어질 변화들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지요.
정치학자이자 정치리스크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의 설립자 이안 브레머는 미국 같은 패권국가가 사라지는 ‘G제로’ 상태를 다가오는 시대의 주요 리스크로 일찍이 2011년부터 지적해 왔습니다. 글로벌 팬데믹이 미국의 패권에 대항하는 새로운 도전세력이었던 중국에서부터 발생했고, 이후 유럽과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 경제세력들을 차례대로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인류의 생존과 경제를 위협하는 현 상황에서 어떤 국제기구도, 어떤 국가도 강인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각 나라들이 각자도생의 길로 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 리더십에게 요구되는 것
이안 브레머는 2012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균형 잡힌 국제 관계를 통해 세계의 중심축 국가(pivot state)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G제로 시대에는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유연한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중심축 국가가 번영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었습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안 브레머의 한국을 향한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 결국은 옳았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시점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G제로의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 대입시켜 생각해 보면 이 상황에서는 결국 동맹을 비롯한 모든 국제 관계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함의하기도 합니다. 리더십의 부재 상황에서 글로벌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세계 경기마저 구조적인 장기 침체에 빠지게 되며 생사의 갈림길에 내몰리게 된 세계 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생존을 위해 언제고 비정한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시대에 우리 리더십에게 요구되는 것으로 첫째는 외재적인 요인에 의한 리스크의 선제적인 관리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주요우호국과의 외교 관계에 있어서조차 의례적으로 논쟁거리가 될 수 있거나 정치적인 휘발성이 높은 사안들에 대해서는 각별히 유의하여 불필요한 외교 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를 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외재적인 요인에 의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해야만 합니다.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