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기업들 유동성 확보 마른수건 짜기
한국GM은 최근 인천시에 공문을 보내 올해 3∼12월 상하수도 요금을 미뤄 달라고 미리 요청했다. 10개월 치 요금이 약 2억 원에 불과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조치다. 한국GM은 주민세도 내지 못해 부평공장 일부가 근저당까지 잡혀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납부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아예 가계부를 쓰듯 비용 지출을 깐깐히 체크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은 부서별 비용 지출 현황을 월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서 워크숍과 회식은 전면 중단되다시피 했고 소모품 구매도 최소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살피면서 현금 흐름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설비 증설 등 필요한 투자는 유지하되 그 외 지출 요소들은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불필요한 비용이 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됐고, 과감하게 필요 없는 건 줄이려는 것이 기업들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자 기업들은 최대한 현금을 움켜쥐려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최대 15% 할인된 가격에 항공권을 미리 구매할 수 있는 ‘선불 항공권’을 국내 최초로 내놨다. 제주항공은 항공권 예약을 취소하면 현금이 아니라 리프레시 포인트(일종의 마일리지)로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신 포인트를 10% 더 주기로 했다. 환불을 최소화해 현금을 묶어두기 위함이다. 업계에서는 “급기야 이런 프로모션까지 나오는구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완성차 업체들도 신차 구입 시 정부 혜택에 더해 회사별로 추가 할인 혜택을 주거나,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까지 진행하며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없어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세한 비용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2∼3분기(4∼9월)부터 코로나19의 타격이 본격화돼 소비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바깥 눈치를 살필 겨를도 없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