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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다시 으르렁… 곤두박질 유가는 반등

입력 | 2020-04-24 03:00:00

지난주 양국 함정 대치가 발단
트럼프 “이란 고속정 모조리 쏴버려”… 이란 “美군함 위협땐 공격” 맞불
WTI 6월분 19% 상승 13.78달러… 전문가 “수요 증가해야 유가 상승”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올해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살을 계기로 양국이 정면 무력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던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양국 관계의 악화로 국제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양국의 갈등은 15일(현지 시간) 걸프 해역에서 미 군함과 혁명수비대 해군의 고속단정들이 약 1시간 동안 대치하면서 불거졌다. 혁명수비대 해군 소속 고속단정 11척이 걸프 해역에서 합동훈련 중이던 6척의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들 주변에 몰려들어 9m 거리까지 접근했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양측은 상대방이 위협 행위를 했다며 설전을 벌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2일 혁명수비대는 군사위성 ‘누르’(페르시아어로 빛이란 뜻)가 중북부 사막에서 발사돼 425km 상공 궤도에 안착했다며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해군에 ‘바다에서 이란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 배를 성가시게 하면 어떤 것이라도 모조리 쏴서 파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23일 “해군에 ‘미 군함 및 해군 부대가 이란 상선과 군함을 위협하면 공격하라’고 명령했다”고 받아쳤다.

두 나라의 갈등이 다시 고조된 배경에는 상대국과의 긴장을 통해 국내 정치의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양국 지도부의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의 제재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약품 수급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이란은 미국과의 갈등이 커질수록 코로나19 대처 실패를 ‘미국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對)이란 강경책을 강조하는 것이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양측 갈등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로 최근 급락했던 국제 유가도 반등했다. 2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9.1%(2.21달러) 상승한 13.78달러에 마쳤다. 장중 한때 30% 이상 올랐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도 전일대비 5%(1.04달러) 이상 오르며 배럴당 20달러를 넘었다. WTI는 23일 미 동부시간 오전 8시 50분(한국 시간 오후 9시 50분) 기준 전일 대비 18.65%(2.57달러) 상승한 16.3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양측 갈등이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산유국 간 증산 경쟁에 따른 공급 과잉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유가를 장기적으로 떠받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스티븐 쇼어크 쇼어크리포트 창업자는 폭스비즈니스에 “군사 위협으로 유가를 올릴 수는 없다. 수요 증가가 없으면 의미 있는 유가 상승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