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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죽음의 백조’, 김정은 머무는 걸로 알려진 원산 인근 비행

입력 | 2020-04-24 03:00:00

美-日 22일 연합비행훈련




외형이 백조를 연상시켜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22일 일본 미사와 주일 미군기지 인근으로 날아와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2 전투기 2대와 연합훈련을 했다. B-1B는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적지를 융단폭격할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다.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 홈페이지 제공

미국 공군의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가 22일 한반도와 가까운 일본 열도에서 주일미군 및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과 비행훈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B-1B 폭격기는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무는 걸로 알려진 강원 원산에서 불과 800∼900km 떨어진 일본 인근 상공도 지나간 걸로 확인됐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가 한반도 주변에 공개적으로 전개된 것은 2017년 12월 비질런트 에이스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 참가한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23일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22일 미 사우스다코타주 엘즈워스 공군기지 소속 B-1B 폭격기 1대가 북극해와 베링해를 거쳐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 기지 인근 상공으로 날아와 주일미군의 F-16 전투기, 일본 항자대의 F-2 전투기와 연합 비행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오키나와 인근까지 남하한 뒤 미 본토 기지로 복귀했다. 왕복 총 2만 km가 넘는 장거리 전개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23일 홈페이지에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미일 양국의) ‘철통(ironclad) 동맹’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전력 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를 시현했다”며 “미일 대응능력 강화와 지형 숙달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 등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위기 상황을 상정한 미일 연합훈련임을 시사한 것이다.

B-1B 폭격기의 한반도 주변 전개는 대북 견제성 무력시위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대남 타격 신종 무기와 순항미사일을 잇달아 쏴 올려 긴장을 고조시킨 북한에 추가 도발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불참한 김일성 생일(15일)을 전후해 미 주력 정찰기들이 연이어 한반도에 투입돼 북한을 샅샅이 훑는 동시에 미 핵심 전략자산이 언제든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했다는 얘기다. 다른 군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면 조만간 미사일 발사 현장 참관 등 건재함을 과시하는 ‘군사 이벤트’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미국의 선제 포석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됐던 B-52 폭격기 5대를 모두 본토로 철수시키는 등 역내 폭격기 전진배치를 중단한 이후로도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태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조치로도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한미도 지난해 연기했던 연합 공중훈련을 전격 개시했다. 군에 따르면 한국 공군과 주한 미 공군은 20일부터 F-15K, F-16 전투기 등을 동원한 대대급 연합 공중훈련에 돌입했다. 이 훈련은 24일까지 한국 전역에서 진행된다.

공군 관계자는 “한미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연례적이고 통상적인 훈련”이라며 “참가 전력과 기간, 훈련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2018년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유예했고 지난해에는 대대급 이하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하려고 했다가 북-미 비핵화 협상 등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취소한 바 있다. 올해도 대북관계를 고려해 축소 및 유예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면서 경고 차원에서 훈련 강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