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범행 후도 은폐" 사형 구형 법원 "남편있을 때 살해 당한 것" "제3자의 범인 가능성은 추상적"
아내와 6살 아들을 살해한 이른바 ‘관악구 모자(母子) 살인사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흉기 등 직접적인 범행 증거는 없지만, 사망한 모자의 위(胃) 내용물을 통한 사망시간 추정이 신빙성 높다고 보고, 제3자 범인 가능성을 배척하며 남편이 범행을 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도예가 조모(42)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조사 결과 공방에서 주로 생활하던 조씨는 범행 당일 오후 8시56분께 집을 찾았고, 다음날 오전 1시35분께 집에서 나와 공방으로 떠났다. 이후 A씨의 부친이 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을 방문했다가 범행 현장을 발견해 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사망시간’이었다. 검찰은 조씨가 집에서 머문 약 4시간30분 동안 A씨와 6살 아들이 사망했고, 외부 침입 흔적 등이 없는 점을 종합해 조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반면 조씨는 자신이 집에서 나왔을 때 A씨와 아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자신이 집을 떠난 뒤 범행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흉기 등 직접적인 범행 도구는 발견되지 않았고, 주변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이에 A씨와 6살 아들의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시간 입증이 관건이었다.
우선 재판부는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시간 범위를 추정한 결과 조씨의 범행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범행 도구는 물론 흔적이 이례적으로 발견되지 않은 점에 비춰 치밀한 범행”이라며 “법의학적으로 사망 추정시각 범위가 조씨와 함께 있을 때 살해당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의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은 최종 식사시간 후 (범행이) 6시간 이내 범위이고, 이는 신뢰도가 높다”며 “마지막 식사 내용물이 확정된 상태이고, 망인 두 명의 부검결과 유사한 소화정도를 보인 점은 쉽게 배척하기 어려운 신빙성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만약 오후 7시30분~오후 9시 전까지 최종 식사를 마쳤다면 조씨가 아닌 제3자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조씨가 다음날 오전 1시35분에 집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식사를 오후 9시에 마쳤다고 보면 사망 추정시각 6시간 범위를 계산했을 때 1시간30분 정도의 제3자의 범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제 문제가 되는 1시간30분 동안 후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포착되지 않았다”면서 “빌라에서 15m 떨어진 담을 넘어 이동해야 하는데 별도 폐쇄회로(CC)TV에 찍힌 사람이 없고, 위 동선을 지나면 흙을 밟고 옷과 신발이 젖을 수밖에 없는데 족적이나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배척했다.
또 조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경제적 지원 중단 후 조씨는 A씨에게 강한 분노의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씨는 내연녀와 불륜 관계를 유지했고, 피해자들이 없어지면 경제적 이익이 돌아오고 자유로운 교외활동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극단적 성격이 더 해져 범행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망 추정 시각이 대부분 조씨와 함께 있는 동안이고, 그 외 제3자 범인 정황은 추상적 가능성에 그친다”며 “조씨 성격과 범행 당시 갈등 상황에 비춰 인정할 수 있는 범행동기, 간접사실을 종합하면 공소사실 유죄 증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조씨는 6살 아들을 무참히 살해해 참혹하기 이를 데 없고 결과는 끔찍했다”면서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로 유족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조씨는 공판 진술에서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재범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요청한 전자발찌 20년 부착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잔혹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범행 후에는 철저하게 범행을 은폐했다”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이 끝난 뒤 A씨의 언니는 “솔직히 말해 어떤 형벌이 나와도 만족할 수 없다. 지금도 제 동생과 조카가 곁에 없지 않나”라며 “연약한 어린 아이와 여자인 엄마를 자기 마음대로 생명을 빼았고 끝까지 범행을 부인해 유족으로서 한으로 남을 것 같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