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Pinterest Wanelo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도 ‘미운 우리 새끼’입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패러디한 타이틀로 나이 들어서도 속 썩이는 미운 내 새끼지만 그래도 예뻐할 수밖에 없는 어머님들의 마음을 에피소드로 엮어 재미와 더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원래 ‘미운 오리 새끼’의 영어판 제목은 ‘The Ugly Duckling’입니다. ‘어글리(Ugly)’를 직역하면 ‘못생긴, 추한, 보기 싫은’이란 뜻이지만 미(美)와 추(醜)의 개념을 떠나 일반적인 집단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에 ‘미운’이란 형용사를 붙인 게 아닐까요? 아장아장 걷는 새끼 오리들이나 새끼 백조는 모두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오리들의 세상에서 백조는 그저 미워 보일 뿐이죠.
하지만 요즘엔 이런 ‘어글리’한 것들이 대접받는 시대입니다. 낡고 찢어진 청바지는 시크한 패션 아이템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랩니다. 신제품도 오히려 몇 년을 입어 낡아 보이는 것처럼 워싱 가공을 하고 일부러 표면에 생채기를 내고 밑단은 올을 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여성분들은 칼날같이 좁고 가녀린 발을 가져도 자랑할 곳이 별로 없습니다. 미운 발이든 예쁜 발이든 ‘어글리 슈즈’ 안에서는 알아볼 수가 없죠. 그 대신 누군가 신발 사이즈를 물을 때 굳이 한 사이즈를 작게 대답할 일도 없을 듯합니다. 신데렐라에게 유리구두 대신 ‘어글리 슈즈’를 권한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속으로는 좋아했을지도 모릅니다. 유리구두 때문에 발볼에 생긴 굳은살이나 뒤꿈치에 댔던 밴드에서 해방될 수 있을 테니까요. 어쩌면 ‘어글리 슈즈’는 미운 신발이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러블리 슈즈’일지도 모릅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