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날씨 이야기]공기질과 인지능력

입력 | 2020-04-25 03:00:00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최초의 직립 인류라 불리는 호모 에렉투스가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면서부터 인류의 뇌 용량과 인지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인류의 미래는 더 큰 두뇌와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한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것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나쁜 공기로 인해 인류의 인지능력 향상 그래프에 적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와 펜실베이니아대 공동연구팀은 이산화탄소가 모든 인류의 인지능력을 50% 낮출 것이란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는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해 2100년도의 인지능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 학생들의 인지능력이 25%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은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인지능력이 50%까지 떨어졌다. 이산화탄소 증가가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의 인지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예상한다.

물론 나쁜 공기질로 인한 인지능력 하락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도 무관치 않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은 2000년부터 3년간 영국에서 태어난 어린이 1만8000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 물질과 어린이의 지적장애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지적장애를 앓는 어린이의 거주지는 지적장애가 없는 어린이의 거주지보다 대기질이 나쁜 경우가 많았다.

특히 공기질이 나쁘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도 인지능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 세피 로스 연구팀이 학생 2400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과 학업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기질이 인지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을 두 부류로 나눈 뒤 한쪽은 공기질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m³당 50μg)에 부합하는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하고 나머지 한쪽은 기준을 초과한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게 했다. 결과는 허용 기준을 초과한 교실에서 시험을 본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3.4%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렇다면 인류의 인지능력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단기 과제로 실내 공기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현대인이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 머물면서 보내기 때문이다.

리처드 쇼너시 털사대 실내공기프로그램 책임연구원은 가장 좋은 해결책으로 환기를 꼽았다. 그는 실내공기 오염으로 인해 인지능력 저하가 가속화되면서 특히 아이들의 학업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이는 충분한 환기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사용 줄이기, 탄소 중립 프로젝트 등을 통해 근본적인 이산화탄소 농도 줄이기가 추진돼야 한다. 이는 특정 나라의 프로젝트가 아닌 범지구적인 프로젝트로 추진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적으로 내 가족의 건강이나 지적 능력을 위해, 더 나아가 지구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공기질 관리에 힘을 보태야 한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