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글로벌 포커스]트럼프 vs 바이든… ‘코로나-對北정책’ 전선서 맞붙다

입력 | 2020-04-25 03:00:00

美 대선 6개월 앞으로




미국 대선이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11월 3일 실시되는 이번 대선의 결과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74)은 매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정례 기자회견을 하면서 ‘전시(戰時)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다. 이달 초 사실상 야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 역시 연일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공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대처 방안에서만 이견을 보이는 게 아니다. 70대 백인 남성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이력, 정책, 지지층이 판이하게 달라 누가 최후 승자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아웃사이더’ vs ‘인사이더’


평생 어떤 공직도 맡은 적이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가에서 곧바로 세계 최고 권력자가 됐다. 부유층 출신이지만 기득권과 싸우는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부각해 백인 노동계층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백악관 주인이 된 후에도 같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주류 언론, 야당 민주당, 집권 공화당 내 온건파 등과 모두 불화하며 사실상 트위터로만 소통한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비판은 무조건 ‘가짜뉴스이자 엘리트들의 마녀사냥’이라고 몰아붙여 지지층을 결집시킨다. 2017년 1월 취임 후 ‘러시아 스캔들’과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두 번의 탄핵 위기를 맞았고 이 중 한 번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불명예까지 겪었다. 그런데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역시 아웃사이더임을 강조하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이런 극단적인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행한 그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평생을 워싱턴 정계와 민주당의 ‘인사이더’로 살았다. 30세에 워싱턴 인근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이 된 그는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다. 직업이 정치인이고 주류의 삶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2월 아이오와, 뉴햄프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잇따라 참패했지만 3월부터 대역전극을 펼치며 대선 후보 자리를 따낸 것도 그만큼 당내 기반과 지지세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는 풍부한 국정 운영 경험, 중도 노선으로 백인 중산층과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를 그리워하는 흑인 유권자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동시에 노회하고 참신하지 못한 이미지가 약점이다. ‘과거’를 상징하는 인물인 그가 밀레니얼 세대, 히스패닉, 성소수자 등으로부터 얼마의 지지를 이끌어낼지가 관심이다. 아들 헌터(50)가 연루된 우크라이나 부패 스캔들도 계속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 코로나19 책임론과 대중(對中) 정책


두 사람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대중 정책 등을 두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2일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한심할 정도로 미흡했다”며 광범위한 무료 검사, 주(州)별 이동식 검사소 구축, 모든 피해자에 대한 비상 유급휴가 등을 주장했다. ‘중국(Chinese)’ ‘은폐(Cover―up)’ ‘혼돈(Chaos)’ ‘기업 편들기(Corporate Favoritism)’ 등 ‘4C’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엉망이었다고도 공격하고 있다. 경제 정상화를 두고도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속한 경제활동 재개를 희망하는 반면 바이든 후보는 안전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미국 내 반중 정서가 커졌다는 점을 이용해 바이든을 공격하고 있다. 헌터 바이든은 2013년 12월 현직 부통령인 부친의 중국 방문에 동행했다. 이후 10일 만에 국영 중국은행(BOC)이 헌터가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15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를 투자했다.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의 지위를 보고 사실상 중국 정부가 투자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들끓었다. 2019년 6월 부친의 재선 출정식에 연사로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43)는 “내가 중국에서 1.5달러만 받았어도 사람들이 난리를 쳤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캠프는 최근 바이든이 친(親)중국 성향이라고 주장하는 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이 광고는 아예 바이든의 얼굴을 ‘오성홍기’로 덮으며 막을 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에도 “중국은 ‘졸린 조’(Sleepy Joe·트럼프 측이 바이든을 비하하는 별칭)를 간절히 원한다”는 트윗을 날렸다. 바이든 측 역시 하루 뒤 “대통령이 중국에 고개를 숙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던 올해 1, 2월에만 중국을 15번이나 칭찬했다”는 내용의 맞불 광고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보험 논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오바마케어’를 “돈만 나가는 재앙”이라고 비판하며 사(私)보험 활성화를 주장해 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로 현행 의료체계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오바마케어를 무력화하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 불법 이민자에게도 오바마케어를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립하고 있다.


○ “김정은은 내 친구” vs “불량배·독재자”

둘은 한반도 정책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미 현직 대통령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친구’로 부르고 있다. ‘그와 사랑에 빠졌다’는 낯 뜨거운 말까지 할 정도로 개인적 친분을 과시해 왔다.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북―미 관계가 답보 상태임에도 김 위원장과 친서 외교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대신 실무 협상을 강조한다. 김 위원장을 ‘불량배’ ‘독재자’ 등으로 부르며 매우 불신하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2019년 11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에 ‘트럼프가 폭군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는 자막을 넣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바이든은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격렬히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부자 나라”로 지칭하며 거듭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분담금 증액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한국과의 동맹 강화를 강조하며 “지나친 분담금 요구가 동맹의 균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외교 사령탑도 완전히 다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의 외교정책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총괄하고 있다. 최근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도 참여하는 등 전문 외교관과 양당을 아우르는 화합형 인사가 특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1기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관료, 전문가보다 극소수의 최측근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반영됐다. 20일 친미 성향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해 2021년 9월까지의 임기가 보장됐다. 쿠슈너 보좌관이 주도하는 친이스라엘, 반(反)팔레스타인·이란 정책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는 펜스 vs 바이든은 여성 러닝메이트

두 사람이 누구를 부통령 후보로 세울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부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계속 같이할 것”이라며 펜스 부통령을 재기용할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복음주의 개신교도인 펜스 부통령은 상습적인 막말과 잦은 성추문에 시달려온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희석시켜 줄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02년 인터뷰에서 “아내 이외의 여성과는 절대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강조해 ‘펜스 룰’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대선의 주요 경합주인 인디애나에서 태어나서 주지사까지 지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3월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젊은층과 여성의 지지가 적은 점을 만회하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든 측은 ‘오바마 향수’를 최대한 자극할 수 있는 미셸 오바마 여사(56)를 원하고 있지만 미셸 측은 거듭 “정계 입문 의사가 없다”며 거절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경선에 같이 출마했던 카멀라 해리스(56·캘리포니아), 에이미 클로버샤(60·미네소타), 엘리자베스 워런(71·매사추세츠) 등 상원의원 3인방, 코로나19 사태 후 경제 정상화 방안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여 주목받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49),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에 도전했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조지아주 하원의원(47) 등이 거론된다. 여성은 아니지만 역시 코로나19 국면에서 존재감을 끌어올린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63)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 러스트벨트 표심이 또 좌우

미 대선은 50개 주 538명의 선거인단이 결정하는 간접선거다. 대부분의 주는 공화, 민주 지지세가 확고하게 나뉘기 때문에 4년 전과 마찬가지로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 펜실베이니아(20명), 오하이오(18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등 이른바 ‘경합 주’의 성적이 백악관 주인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 표심은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다. 과거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엘리트 이미지, 오바마 행정부 시절 가속화한 양극화 등에 염증을 느껴 트럼프에게 몰표를 던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광산촌인 스크랜턴의 노동계층에서 태어났다. 최대 도시 뉴욕에서 부유한 사업가 아들로 태어난 트럼프 대통령보다 백인 노동자층의 정서 자체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1일 4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전미자동차노조(UAW)도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바이든 측이 러스트벨트 표심을 얼마나 잘 공략할지, 트럼프 캠프가 이 지역을 얼마나 잘 사수할지가 대선 승패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실업률, 성장률 등 하반기 경제지표를 판단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여파가 미친 상반기 지표 악화는 불가피하다 해도 하반기에도 경제 회복 기미가 없으면 트럼프 행정부의 실정(失政)을 공격하는 바이든 캠프 측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누가 백악관 주인이 돼도 양극화, 이민·총기 등을 둘러싼 극심한 국론 분열, 망가진 의료 체계, 기후변화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란 냉소도 제기된다. 역대급 ‘분열과 증오의 정치’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 ‘사회주의자’의 전례 없는 선전 모두 중산층 미국인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성장시킨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같은 기본 이념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11월 3일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구가인 comedy9@donga.com·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