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시험으로 치러진 학력평가 혼선
교시마다 시험관련 검색어 상위… SNS엔 정답 관련 게시물 올라와
교육부 경고 불구 ‘학원내 시험’도
학생들 “오픈북 모의고사 돼버려”

○ ‘정답’ 유출… 실시간 검색어는 ‘sin30’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첫 모의고사 격인 이번 학력평가(학평)는 당초 ‘등교시험’으로 치러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집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 ‘드라이브스루’나 ‘워크스루’ 방식으로 문제지를 제공하면 이를 집에서 풀어본 뒤 각자 채점하는 식이다.
하지만 시험지 배포 직후부터 온라인에는 ‘정답 및 해설’이 퍼지는 일이 벌어졌다. 각종 수험생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SNS에는 유추된 정답이 찍힌 사진 게시물이 여러 건 올라왔다. 시험을 주관한 서울시교육청은 “일부 학교가 지침을 잘못 이해하고 ‘정답 및 해설’을 문제지와 함께 나눠주는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시험관리 지침에는 ‘문제지는 시험 전 배부하고, 정답은 오후 6시에 온라인에 게재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공지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각종 포털 검색어에는 학평과 관련된 단어들이 등장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수학시간 무렵에 ‘1라디안’ ‘sin30’ 같은 고교수학 용어가 검색어 목록에 올라왔다. 고3 수험생 김모 양(18)은 “정답도 다 유출되고, 누군가는 ‘오픈북’으로 치른 시험”이라며 “아무리 모의시험이라지만 구멍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관리는 학교마다 차이가 컸다. 실시간 화상시스템 줌(ZOOM)에 모든 학생을 접속시킨 뒤 원격으로 시험감독을 하며 엄격히 시험관리를 한 학교들은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았다. 반면 시험 점수를 담임교사에게 알리는 식으로 ‘시험 인증’을 대체한 학교도 적잖았다.
결국 ‘학원 내 시험’을 치르는 일도 있었다. 교육부는 23일 ‘학원에서 시험감독을 하고, 풀이도 해준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모으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부랴부랴 ‘학원 내 시험’을 갑자기 취소하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몰래 시험을 강행한 학원들도 있었다. 학부모 A 씨는 “학원에서 실전처럼 관리를 해준다고 해 도시락까지 챙겨 보냈다”며 “등록금은 학교에 다 냈는데, 학원에 돈을 내 가며 시험을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민간학원 및 교습소 9곳을 집중 단속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9곳에서는 ‘학원 내 시험’이 없었다. 교육부 발표 후 많은 학원이 계획을 철회했다”며 “몰래 시험을 치르는 학원을 일일이 다 잡아내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