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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에 1조2000억 긴급 수혈

입력 | 2020-04-25 03:00:00

산은-수은, 내달 중순까지 지원… 경영개선-노사 고통분담 등 조건
대한항공 “강도 높은 자구노력”
산은 “LCC 추가지원 검토 안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의 긴급 자금이 투입된다. 유동성 위기에 놓인 대한항공은 이번 지원으로 일단 여름까지는 버틸 수 있는 현금을 확보했다. 대한항공은 유휴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24일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은 다음 달 중순 이전에 이뤄질 예정이다.

대한항공에 대한 지원은 2000억 원의 운영자금 외에 화물 운송과 관련된 70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인수, 주식전환권이 있는 3000억 원의 영구채 매입을 통해 이뤄질 방침이다. 두 은행은 영구채 매입 등으로 대한항공 지분 10.8%를 확보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9.98%를 합치면 정부 지분이 2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채무는 ABS와 차입금, 회사채 등을 포함해 3조8000억 원 정도다. 대한항공은 일단 2월에 발행한 6000억 원 규모의 ABS 등으로 4월까지 갚아야 할 채무는 정리한 상태다. 상반기(1∼6월)까지 8000억∼9000억 원의 부채 만기가 추가로 돌아오는데, 이번 자금 지원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끄게 됐다.

하반기에는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만큼 산은은 코로나19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추가 자금 지원도 시사했다. 회사채 만기 연기 또는 회수 연기 등의 방향으로 추가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두 국책은행은 자금 지원에 앞서 항공사의 자체적인 자본 확충과 경영 개선 등 자구 노력, 고용안정 노력 등 노사의 고통 분담, 고액연봉 제한 등 도덕적 해이 방지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회사 내 사업부 매각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등 보유 지분에 대해서는 담보로 책정하지 않았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사재 출연 여부는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현재 세계 각국의 항공 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등 형평성 측면도 고려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이날 입장문에서 “직원의 안정적 고용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자산 매각과 자본 확충, 사업 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 자구 노력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은은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2월에 발표한 3000억 원 외에 추가 지원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서는 산은과 수은이 각각 1000억 원과 700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두 국책은행은 21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 원을 한도대출(크레디트라인)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변종국 bjk@donga.com·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