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대한 대규모 항체 검사에 나섰다. 코로나 사태의 ‘출구전략’의 하나로 항체가 생긴 사람들에게 일명 ‘면역여권(immunity passports)’을 부여해 사회활동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코로나19 항체 형성이 면역효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FP 등에 따르면 독일은 다음달 뮌헨을 시작으로 전국민 항체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영국은 1차로 2만5000명 검사를 마친 후 올해 안에 30만 명까지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이동금지령이 끝나는 다음달 11일까지 의심증상자 전원을 검사할 방침이다. 덴마크 보건당국도 대규모 항체 검사 추진의사를 밝혔다.
앞서 롬바르디아주 등 이탈리아의 일부 지자체는 이달 23일부터 검사를 시작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다음달 초 전국적으로 15만 명에 대한 1차 항체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들은 지난달 시작된 전 국민 이동제한령, 상점폐쇄령으로 경기침체가 가중되자 봉쇄령에 대한 단계적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핵심 정책이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적극 가려내자는 것. 대규모 검사를 통해 무증상자가 드러나면 감염경로 등도 파악돼 방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각국 보건당국의 논리다. 이를 토대로 증명서가 발급된다. 영국정부는 항체 검사 후 신분증 형식의 면역여권을, 칠레 정부는 디지털 면역카드를 발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아직 항체와 면역 사이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각국 조사 결과 완치돼 격리가 해제된 사람 중 일부는 회복 후 신체에 면역체계를 만들어내는 중화항체가 됐다. 그러나 일부는 다시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인체 속 항체가 생성된 후 같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면역체계가 작동해야 하지만 코로나19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면역여권 발급은 시기상조’라며 반대에 나섰다. WHO는 25일(현지시간) 코로나 관련 권고 자료를 통해 ”코로나19에서 회복되고 항체가 생긴 사람들이 재감염이 안 된다는 증거가 현재는 없다“며 ”그럼에도 면역여권 등 증명서를 제공할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되는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감염 이후 면역 형성과정이나 면역력의 강도와 지속 기간 등에 대한 분석이 끝나기 전에는 면역여권 제도 도입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또 CNN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인증 면역 증명서를 받을 경우 사람들이 감염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생각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보건정책을 무시할 위험이 크다고 보도했다.
항체 검사의 신뢰도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실제 영국 정부가 이달 초 중국 업체로부터 수입한 약 200만 명분의 항체 진단용 키트는 점검 결과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 확산세가 너무 심각하다보니 검사 시약이 제대로 검증을 받지 못한 채 자체 검증만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