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00일이 된다. 1월 20일 중국에서 들어온 여행객이 첫 확진을 받은 이래, 국내에서는 어제까지 확진자 1만728명, 사망자 243명이 나왔다. 한때 하루 800명 넘게 발생했던 환자는 10명 안팎으로 줄었다. 40여 개국으로부터 검역 진단검사 등 ‘K방역’(한국의 방역체계) 전수 요청이 폭증하고 있다.
K방역은 방역당국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다.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치료한 의사, 간호사, 병원 임직원 등 의료진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준 ‘숨은 영웅’들이 수없이 많다. 공항 검역관, 보건소 공무원 등 재택근무나 ‘사회적 거리 두기’와는 거리가 먼 이들은 모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 새벽 수백 개의 폐마스크와 일반 쓰레기를 일일이 손으로 분리할 때는 솔직히 겁이 났다”고 털어놓은 환경미화원, 마스크를 쓴 채 수백 개 계단을 오르며 평소보다 늘어난 우편물을 배달해야 했던 집배원 등 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코로나19에 맞서 전선을 지켰다.
다만 최근 들어 그간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듯한 모습이 보여 우려를 자아낸다. 정부가 ‘생활 속 거리 두기’ 세부 지침을 발표한 후 첫 주말인 어제 그제 제주도, 동해안, 설악산 등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에는 사람이 몰려들어 2m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군 입대를 앞둔 10대가 다수의 유흥시설을 방문한 뒤 확진되는 등 집단 감염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벌써부터 5월 황금연휴가 방역의 앞날을 가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적잖게 들린다. 방심은 생활방역의 최대 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전파력과 변칙적 특성을 감안할 때 재유행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체질화하는 것만이 재유행을 막고 우리 사회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