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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 라임 錢主 김봉현 거액 현금 사용처 적은 업무수첩 2권 확보

입력 | 2020-04-27 03:00:00

서울 은신처서 3명 체포때 압수… 金 前회장 일정-자금내역 적혀
檢 “月 10회 수표 현금화” 진술 확보… 정관계 로비에 사용 가능성
金-이종필-심문섭 구속 수감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이 거액의 현금을 사용한 내용을 적은 업무수첩 2권을 수사기관이 확보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액 수표를 매달 10여 차례 현금으로 바꾼 김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자금 사용처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김 전 회장과 라임의 이종필 전 부사장(42), 심문섭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 팀장(39)을 체포하면서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가죽 업무수첩 2권을 압수했다. 이 업무수첩에는 김 전 회장의 일정을 비롯해 자금 집행 내용이 빼곡히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빌라 안에서 김 전 회장 등이 도피 중에 사용하던 차명 휴대전화 10대와 현금 4억 원이 든 가죽가방, 빌라 곳곳에 흩어져 있던 5만 원권 현금 1억3000만 원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김 전 회장을 26일 구속 수감한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검찰에 업무수첩을 넘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의 펀드 운용 및 판매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김 전 회장이 매달 수십억 원어치의 고액 수표를 현금화하고 자금 사용 내용을 업무수첩에 기록해뒀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회사의 한 직원은 검찰에서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한 달에 10번 정도 수표를 현금으로 바꿨다”고 진술했다. 이 직원은 또 “김 전 회장이 유명 사채업자로부터 수표를 받아오면, 내가 이 수표를 현금화해 김 전 회장에게 전달하거나 때로는 여러 법인으로 송금했다”고 했다. 이 같은 자금 이동 내용이 담긴 영수증과 계좌 입출금 내용 등도 검찰은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원은 검찰에서 “김 전 회장이 손바닥만 한 업무용 개인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자금 집행 내용을 상세히 적었다. 다른 직원들에겐 돈의 사용처를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과 함께 도피했던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은 25일 구속 수감됐다. 이 전 부사장과 심 전 팀장은 라임 돈을 투자받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로부터 샤넬 백과 IWC 시계, 현금 등을 투자 대가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사장 등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5개월 이상 장기 도피한 이유가 김 전 회장의 권유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전 팀장은 25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왜 도망쳤느냐”는 판사의 신문에 “김 전 회장이 도망가야 한다고 권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전 팀장은 또 “(도망치기 전에)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장이 화가 났다고 들었다. 이 전 부사장과 내가 징역 10년에 처해질 것이란 얘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