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년 전 오늘, 김정은이 판문점 북측 판문각을 나와 군사분계선을 거쳐 남측 평화의집까지 걸은 거리는 불과 200m 남짓이었다. 그만큼 걷고도 김정은의 얼굴은 의장대 사열을 하는 동안 벌겋게 변해 있었고, 방명록에 서명할 때는 숨이 가쁜 듯 어깨까지 들썩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보다리 독대를 마치고 돌아올 땐 땀이 흥건할 정도였다. 그의 거친 숨소리를 가까이서 들은 우리 당국자들이 “김정은 상태가 큰일이네…”라고 탄식한 것도 벌써 그때였다.
▷그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땐 김정은 건강이 막간 화제로 등장했다. 백두산 케이블카 안에서 김정은은 숨을 고르며 문 대통령에게 “하나도 숨차 안 하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뭐 아직 이 정도는…”이라고 했다. 이에 부인 리설주는 “정말 얄미우시네요”라고 웃으며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거기엔 김정은의 무절제에 대한 은근한 타박이 담겨 있었다. 앞서 리설주는 남측 특사단과 만나서는 김정은이 금연을 권해도 듣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작년 판문점선언은 북-미 싱가포르선언, 남북 평양공동선언으로 이어졌지만 작년 2월 북-미 하노이 협상 결렬로 모든 것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남북 간엔 7·4공동선언부터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 등 수많은 합의가 있었지만 주역이 바뀌어 대화가 다시 시작되면 늘 참고자료일 뿐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게 된 게 현실이었다. 판문점선언은 지금 한쪽 서명자의 행방조차 묘연한 상황에서 2주년을 맞았다. 그 수명은 얼마나 될까.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