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원산육아원(보육원) 완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가디언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워싱턴 특파원
동네 음식점에 갔더니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그의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는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성(姓)은 뚝 떼고 “정은이” “여정이”라고 하니 매우 친숙하게 들립니다. 아무리 넘치는 권력을 가졌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젊은 독재자에 대한 측은지심이 배어 있다고 할까요.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한반도연구 선임국장의 말입니다. 그는 김정은 건강에 대한 여러 설(說)들을 연예인 사생활 추적 웹사이트 TMZ의 킴 카다시안 보도에 비교하는데요. 카다시안은 미국의 유명 셀러브리티죠. TMZ의 카다시안 보도는 틀린 것도 많고 ‘뻥튀기’도 심합니다. 김정은에 대한 여러 추측이 팩트(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몇 개월 후에 보면 TMZ의 카다시안 보도처럼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It would be a huge deal for China if Kim‘s health was deteriorating.”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침체 위기 속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줄일 수 없습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말입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중국에 엄청나게 큰 문제다.” ‘Big deal’을 넘어서 ‘huge deal’이라고 합니다.
△“It may turn out to be a blessing in disguise for the country’s leadership.”
정치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코로나19는 북한 지도부에 위장된 축복(blessing in disguise)이 될 수 있다.” ‘위장된 축복’은 ‘불행해 보일지 몰라도 잘 활용하면 행복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사자성어로 ‘전화위복’이라고 하죠. 외부에는 코로나19 통제에 주력하고 있다고 알리면서 실은 김 위원장 건강 악화에 따른 내부적 혼란을 수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