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파리는 어떨까? 녀석들 역시 절대 반가운 손님이 될 수 없지만 파리약을 만드는 회사 외에도 녀석들을 반기는 이들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파리 애벌레(구더기)를 귀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 도대체 어떤 이상한 사람들이 이 지저분의 극치를 달리는 구더기를 귀하게 여긴단 말인가.
의사들이다. 미국에서는 1000곳이 넘는 병원에서 의학용으로 구더기를 사용한다. 수술 후 생기는 괴사 조직(죽은 살)에 외과용 메스를 대면 어쩔 수 없이 산 조직(건강한 세포)도 같이 잘라내야 하는데 이 어려운 일을 이 녀석들이 쉽게, 그것도 식사하면서 해내기 때문이다. 식성이 아주 까다로워서 오로지 사체(死體)만 먹는 덕분에 죽은 살만 살뜰하게 발라낸다. 맛없는(?) 산 조직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더구나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항생물질까지 분비하니 어찌 귀하지 않겠는가. 길버트 월드바우어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곤충학)의 말대로 하자면 “외과의사가 하는 일을 그대로” 한다. 의사 인건비를 생각하면 애지중지해야 할 정도다.
나쁜 게 진짜 나쁜 걸까? 그렇기도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우리의 의지를 넘어서는 세파(世波)는 어쩔 수 없기에 감내해야겠지만, 분명 그 안에는 우리가 몰랐던 유익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나쁘게만 보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는 기회를 찾아낼 수 없다. 격투기 선수들은 맞을 때도 눈을 뜬다. 눈을 뜨고 있어야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랙을 도는 속도 경기는 대체로 곡선 구간에서 승부가 갈린다.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우리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