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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확진 많은데… ‘면역 증명서’ 준다는 유럽, 위험한 출구전략

입력 | 2020-04-27 03:00:00

경기침체 속 봉쇄조치 완화 추진
獨-英-伊 등 대규모 항체검사 계획… “무증상자 파악 방역 도움” 주장도
WHO “시기상조… 감염 확산 우려” 항체검사 키트 낮은 정확도도 문제




유럽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출구전략으로 대규모 항체 검사를 추진하고 있다. 항체가 생긴 사람들에게 일종의 ‘면역 여권(immunity passports)’을 부여해 경제정상화를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항체 형성만으로 면역 효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라 거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다음 달 전국 150개 지역에서 항체 검사를 실시한다. 유럽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 역시 다음 달 15만 명에 대한 전국 단위 항체 검사를 실시한다. 영국도 조만간 2만5000명을 검사하고 올해 검사자를 30만 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검사 후 항체가 형성된 사람에게 신분증 형식의 면역 여권도 발급하기로 했다. 프랑스 역시 이동금지령이 끝나는 다음 달 11일까지 의심증상자 전원을 검사할 방침이다. 덴마크 보건당국도 항체 검사 추진 의사를 밝혔다.

각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전 국민 이동제한령 및 상점폐쇄령으로 경기 침체가 가중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시민들도 “봉쇄령 장기화로 경제 타격이 극심하다”며 조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25일 독일 베를린에서는 조기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거세게 대립했다.

항체 검사는 혈액을 분석해 코로나19 감염 여부, 항체 형성 및 면역성 유무를 판단한다. 혈액 중 적혈구 같은 혈액세포를 제외한 성분에 녹아 있는 단백질 성분의 면역 관련 물질 유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규모 검사를 통해 무증상자가 드러나면 감염자 동선 파악 등에도 유용해 방역체계 확립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당국의 논리다.

문제는 항체 형성과 면역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완치환자는 체내에 면역체계가 생겼지만 완치 판정 후 다시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네덜란드 독일 등이 실시한 역학 조사에서 감염자의 항체 양성률은 평균 2∼3%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우려하고 있다. WHO는 25일 “현재로선 완치 판정을 받았거나 항체가 생긴 사람들이 반드시 재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없다. 면역 여권을 제공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며 2차 감염 우려를 제기했다. 많은 의료 전문가 역시 “면역력의 강도 및 지속기간 검증 등이 뒤따라야 한다. 항체 형성 여부만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인증 면역 증명서를 발급하면 사람들의 경각심이 줄어들어 기존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 등이 완전히 무위로 돌아갈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벨기에의 바이러스 전문가인 마르크 판 란스트 박사는 BBC에 “면역 여권을 위조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검사의 신뢰도 문제 역시 제기됐다. 항체 검사에 쓰이는 기구는 대부분 중국산인데 중국산 장비의 정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영국 정부가 이달 초 중국 업체로부터 수입한 약 200만 명분의 항체 진단용 키트 역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다 보니 검사 시약이 제대로 검증을 받지 못한 채 의료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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