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정유업계 ‘코로나 충격’ 현실로

27일 에쓰오일은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3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에쓰오일이 1976년 설립된 뒤 분기에 1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본 것은 44년 만에 처음이다. 이전에는 2014년 4분기(10∼12월)에 원유 공급 과잉에 따른 국제 유가 폭락으로 2897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이 제일 나쁜 성적표였다. 매출액은 5조19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감소했다. 부문별로 보면 정유 사업이 1조119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으나 석유화학(665억 원), 윤활기유(1162억 원) 사업부는 이익을 올렸다.

올해 2분기(4∼6월)에도 정유 4사의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일반적으로 국내 정유 4사는 원유 1배럴을 들여와 정제해서 4달러 이상을 남겨야 이익을 낸다. 하지만 4월 기준으로는 정유사가 원유 1배럴을 사서 휘발유 등으로 정제하면 오히려 0.7달러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휘발유가 원유보다 싸서 정제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을 보는 상황”이라며 “올해 연간 적자 규모는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정유업계는 올해 원유 처리 공장 가동률을 역대 최저 수준인 50%까지 낮추면서 석유 제품 생산량을 줄이고 손실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정유 4사는 이미 공장의 정기 보수 일정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가동률을 크게 낮춘 상태다.
정부는 정유업계의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해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석유수입부과금 등의 납부 기한을 최대 3개월까지 유예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지원 방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유업계가 역사적인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금 납부 유예 정도로는 지원 효과를 보긴 어렵다. 세금 감면까지 생각할 정도로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