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변수 등장
트럼프와 김정은 운신 폭 좁아져
한국 민심도 북한보단 ‘경제’ 우선
南北교류는 당분간 아득한 일이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문재인 행정부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성공하려면, 미국 행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 레짐을 허물지 않고 허용할 수 있는 정책 공간, 북한 지도부가 체제 안보를 고민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정책 공간, 한국 유권자가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포용할 수 있는 정책 공간이 모두 겹쳐지는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허용, 북한의 수용, 한국의 포용이 모두 포개지는 정책 공간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침공(針孔·바늘구멍)과도 같은, 허용과 수용과 포용이 중첩하는 정책 공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더욱 그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남북미 협력의 구심력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남북미 반목의 원심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4월 26일 현재 시점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5만 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확진자의 33%, 전 세계 사망자의 27%에 해당하는 셈이다. 미국 연방의회는 지난 50일 동안 한국 정부 1년 예산의 6배에 달하는 2조8000억 달러(약 3433조 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코로나19 경기 부양에 쏟아부었으나 2500만 명이 넘는 신규 실업자의 양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 방역대책과 경제대책 양면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실적을 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을 공화당 지지자들의 85%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16%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 관련 공공보건의료 정책 대응조차 정파 의제로 전락하여 유권자의 당파 정렬을 촉진하고 정당정치의 양극화를 재촉하는 워싱턴의 현실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미 협력을 위한 허용의 정책 공간을 가늠해 볼 여유는 많지 않아 보인다.
15일 한국에서는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헌법 개정 의결을 제외한 모든 입법 및 재정 권한을 갖는 60% 다수파 집권당이 출현했다.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배경으로 집권당이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포함한 대통령의 정책의제를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선거의 쟁점이었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유권자의 평가가 ‘부정 다수’에서 ‘긍정 다수’로 역전된 것이 60% 다수파 집권당 등장에 주효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를 문재인 행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추진했던 남북 화해협력 정책과 관련한 유권자의 적극적 추인(追認)으로 해석하긴 무리다. 선거를 통해 확인한 유권자의 신탁(信託)은 코로나19 방역에 두었던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를 이제 경제 회복에 맞추어야 한다는 요구였다. 팬데믹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린 서울의 현실에서 한국의 유권자들이 남북미 협력을 위한 포용의 정책 공간을 마련해 줄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남북미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간 속에서 허용과 수용과 포용의 정책 공간 교집합은 아득하기만 하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