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만에 다시 광주 법정에 재판부 “공소사실 인정하느냐” 묻자 전두환 “그런 무모한 일 사실 아니다” 5·18단체들 법원앞서 “구속하라”
마스크 쓴채 법정 빠져나가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지법에서 진행된 재판을 마치고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법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오른쪽 아래)도 마스크를 쓴 채 동행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89)이 27일 다시 법정에 섰다. 지난해 3월 출석한 뒤 약 13개월 만이다. 그 뒤 건강을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았지만 재판장이 바뀌면서 인적사항 등을 묻는 인정신문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재판은 27일 오후 1시 57분부터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약 3시간 25분간 진행됐다.
전 전 대통령은 청각 보조 장치를 착용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잘 들리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신뢰 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한 부인 이순자 씨(81)의 도움을 받아 생년월일과 직업, 거주지 등을 확인했다. 이후 자신의 변호인이 자료를 제시할 때는 유심히 화면을 바라보기도 했으나 재판 내내 고개를 가누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재판 때처럼 잠들다 깨기를 반복했다.
우산 경호 27일 광주지법 관계자가 재판을 마치고 출발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량 주변을 둘러싸고 계란 투척에 대비하기 위해 우산을 펼쳐들고 있다. 차량이 법원 청사를 벗어나자 한 시민이 차량을 향해 계란을 던졌다. 사진공동취재단
전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이 알려지자 5·18 관련 단체는 법원 앞에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죄수복을 입은 전 전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묶여 있는 모습을 한 이른바 ‘전두환 치욕 동상’을 법원 정문 앞에 설치했다. 하얀 상복을 입은 5·18 유족들은 플라스틱 방망이로 이 동상을 때리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6월 1일 열린다. 광주 전일빌딩 탄흔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