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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성추행 오거돈’ 20분만에 만장일치 제명

입력 | 2020-04-28 03:00:00

사퇴 나흘만에… 소명자료도 안내
이해찬 “성인지 교육 체계화할 것”… 당일각 “진상조사 없는 꼬리자르기”
경찰, 24명 전담팀 꾸려 수사 착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러 사퇴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당 윤리위원회를 열어 오 전 시장의 소명 절차를 생략하고, 그를 제명 처리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27일 제명했다. 오 전 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한 지 나흘 만이다.

민주당 임채균 윤리심판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전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안이 중차대하고 본인도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있어 만장일치로 제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재적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했으며 오후 2시경 시작된 회의는 20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제명은 윤리심판원이 내릴 수 있는 징계 중 가장 무거운 결정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윤리심판원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임 원장은 “오 전 시장 본인이 소명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소명을) 포기한 것”이라며 “당 관계자가 (부산으로) 내려가서 나름대로 현장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제명을 두고 당내 일각에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피해자 압박 논란 등 추가 쟁점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경찰이 공식 수사로 전환한 상황”이라며 “빠른 징계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진상 조사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젠더폭력근절대책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성인지교육을 체계화 및 의무화하는 절차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전 시장의 ‘총선 후 사퇴 공증’을 노무현 전 대통령 조카사위 정재성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부산에서 작성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오 전 시장 측과 청와대, 여당의 사전 교감 가능성에 대한 공세를 폈다. 심 대행은 “정 변호사는 오 전 시장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한 사람이고, 사건이 터지고 마무리에 나선 오 전 시장 측근은 직전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이런 특수관계에 있는데 어느 국민이 청와대가 몰랐다고 생각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수사전담반, 피해자보호반, 법률지원반, 언론대응반 등 4개 반, 24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한다고 27일 밝혔다.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발된 오 전 시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은 부산시로부터 전달받은 사건 당일 부산시청 7층 복도 폐쇄회로(CC)TV 영상의 분석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제기된 또 다른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첩보 수집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는 대로 오 전 시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정식 수사로 전환된 만큼 출국 금지 및 출석 요구 불응에 따른 체포영장 신청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강성휘 yolo@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