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미중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독일처럼 중국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금액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미국은 독일보다 더 많은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다. 이 피해는 미국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전세계적”이라고 답했다. 최근 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는 중국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 배상금 1490억 유로(약 198조 원)를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 논란으로 지난주 후반 코로나19 일일 정례 기자회견에 등장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언의 대부분을 중국 공격에 할애했다. 그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매우 진지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립보건원(NIH)은 24일 중국과 손잡고 코로나19 연구를 수행하던 비영리연구소 ‘에코헬스얼라이언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이 연구소는 박쥐가 사람에게 어떻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하는지를 연구해왔다. 미국 정부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370만 달러(약 46억 원)를 지원했지만 올해 보조금 중 아직 쓰이지 않은 약 37만 달러의 사용을 중지하라고 통보했다.
폴리티코는 이 연구소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손잡은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미국에서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고의로 만들어내거나 유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피트 다작 에코헬스얼라이언스 이사장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협력했지만 돈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대만과의 협력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장관은 이날 천스중(陳時中) 대만 위생부장과 통화했다.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등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두 장관이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대만 정부는 미국이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가입 및 국제보건 현안의 참여 기회를 늘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 때문에 대만은 WHO의 정식 회원국이 되지 못하고 ‘옵저버’ 지위만 갖고 있다. 대만은 친중 성향으로 유명한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중국의 지지를 받아 2017년 7월 취임한 후 “WHO로부터 노골적인 홀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에도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