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과 관련해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당국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최근 신변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보고받았으며, 최근 불거진 사망설이나 위중설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가 괜찮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아마도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관련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CNN이 김 위원장 위중설을 보도한 다음날인 21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신변과 관련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른다”고만 했다가 23일에는 “CNN의 보도는 부정확한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파악한 결과 현재까지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을 뒷받침할 징후가 없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선덕에 전개된 이동식발사대(TEL) 등 미사일 발사 준비 정황 및 현장에 마련된 지도층 참관 시설도 그대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선덕에서의 미사일 발사 준비 정황을 지난주부터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용열차의 위치나 미사일 발사 준비상황이 정찰자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북한의 위장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27일 브리핑에서 추가 질문이 나오자 “그(김 위원장)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을 흐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상충되는 설명으로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북한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CNN과 인터뷰한 탈북자 출신의 미래통합당 태영호(태구민) 당선인은 “수술 여부는 확신할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호주 퍼스 유에스아시아센터의 고든 플레이크 박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30년 넘게 일을 해오면서 최소 30번은 북한 지도자의 사망소식을 들었지만 사실로 드러난 것은 단 2번뿐이었고 예견됐던 것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새롭게 부상한 북한 지도자가 권력 공고화를 위해 핵무기를 늘리려 할 경우 이에 대응하기 어려운데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도 어렵다. 전·현직 행정부 관료들은 “실무협상을 중심으로 한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워싱턴=김정안 특파원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