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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의원들 ‘쪽지 예산’부터 삭감하라

입력 | 2020-04-29 00:00:00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어제 긴급재난지원금용 2차 추경 심사를 위해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불러 종합정책질의를 벌였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가구당 100만 원(4인 가구 기준)씩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문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할 경우 하위 70%에 지급할 때보다 4조6000억 원이 더 필요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1조 원은 지방비로 충당하고 3조6000억 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겠다면서 기존 예산의 항목을 줄이거나 금액을 삭감하는 세출 구조조정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지방비 대신 세출 조정에 나섰다.

정부와 여야가 국가 부채를 조금이라도 줄여야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삭감 혹은 내년 이후로 미룰 수 있는 불요불급한 예산 항목이 얼마든지 있다. 필요하다고 해서 예산을 확보해줬는데도 당초부터 무리한 사업이었거나 준비 부족 등으로 막상 사용하지 못한 불용 예산이 작년 7조9000억 원이었다.

무엇보다 먼저 삭감 리스트에 올라야 할 예산은 이른바 의원들의 ‘쪽지 예산’이다. 정부 예산안에 포함돼 있지도 않았거나 국회 상임위에서 거부당한 항목이 예산심사 막판 예결위에서 끼어든 예산들이다. 대부분 지역구 민원사업이지만 올해 책정된 쪽지 예산 가운데는 국회 본관 리모델링 23억 원, 국회 결혼식장 개선 14억 원처럼 위기 극복 이후로 미뤄도 전혀 상관없는 사업도 적지 않다.

쪽지 예산은 심사가 부실하니 집행도 부실하다. 2016∼2018년 3년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신규로 편성된 예산 241건을 보면 당해 연도 집행률 50% 미만이 58건, 심지어는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사업도 40건이나 된다. 올해도 이런 부실 사업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과감히 예산을 잘라내 고용유지, 생계지원, 기업파산 방지 등 긴급한 사업으로 돌려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원들 눈치 보느라 기획재정부가 예산 삭감 리스트를 내놓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위급한 상황일수록 국민을 먼저 봐야 한다. 지난해 말 국가채무가 이미 728조8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본예산과 3차례 추경을 더하면 120조3000억 원이 더 늘게 된다. 재정건전성을 급속도로 악화시키고 후세대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이왕 결정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신속히 집행하되 불요불급한 예산은 마른 수건도 짠다는 각오로 줄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