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를 잡아라” 4개 지자체 유치전 치열]
<3> 접근성-안전성 겸비한 춘천
강원도와 춘천시, 도내 16개 혁신기관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춘천 구축을 위해 20일 강원도청에서 뭉쳤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서울대 그린바이오 과학기술연구원 등 참여 기관들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지지 성명을 공동 발표했다. 강원도 제공
○ 121만 m² 부지에 ‘가속기 혁신도시’ 청사진
춘천 방사광가속기 혁신도시 조감도.
새로운 방사광가속기가 산업 지원을 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 춘천은 산업체 이용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가장 강력한 후보지다. 강원도에 따르면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기준으로 국내 방사광가속기 연구자의 지역 분포를 살펴본 결과 전체 이용자의 51.9%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 121만2000m² 부지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장치동을 포함하는 ‘춘천 방사광가속기 혁신도시’가 건설되는 셈이다. 혁신도시에는 강원대 방사광가속기 캠퍼스를 구축해 가속기과학과와 특수대학원, 부설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 방사광가속기 연구 지원 인프라와 종사자 가족들의 주거, 의료, 교육, 문화 등의 도시 인프라도 구축한다.
춘천의 생활·복지·자연 환경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방사광가속기 구축 시 정주할 종사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다. 춘천은 강원 지역의 문화·교육·의료 기능의 중심지며 주택보급률은 127.4%로 전국의 103%보다 훨씬 높다.
○ 전국에서 손꼽히는 지진 태풍 안전지대
또 춘천은 태풍 등 자연재해의 안전지대로도 손꼽힌다. 하절기 발생하는 태풍의 주요 이동경로에서 벗어나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태풍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 “이번에는 꼭” 유치 열기 최고조
강원도와 춘천시는 지난해 10월 ‘방사광가속기 유치위원회’를 구성한 뒤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현재 시·도의회, 대학, 연구기관은 물론 출향 도민들까지 힘을 모아 유치전의 막판 스퍼트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강원도는 심사 기준에서 ‘입지 조건’에 가장 높은 점수가 배정돼 이 점에서 춘천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거기에다 군사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등 각종 규제가 지역 발전을 막아온 만큼 이번만큼은 강원도에 유치해 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도민의 유치 열기도 뜨겁다. 28일 강원도의회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춘천 구축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평화 한반도 시대에 대비해 수도권 접근 편의성 및 발전 가능성을 갖춘 춘천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29일에는 강원도민회 및 춘천시민회 중앙회가 춘천 유치 지지 성명을 발표한다. 이들은 “그동안 춘천이 국방과 환경 등의 각종 규제로 지역 발전이 저해됐다”며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계기로 국가 균형 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할 예정이다. 최정집 강원도 첨단산업국장은 “정부가 제시한 평가 기준을 감안하면 춘천은 경쟁 지역에 비해 유리하다”며 “춘천이 최적지”라고 밝혔다.
▼ “춘천이 최적의 입지 조건과 필요성 갖춰 충분히 승산 있어” ▼
최문순 강원도지사 인터뷰
최문순 강원도지사(사진)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춘천이 최적의 입지 조건과 유치 필요성을 갖춘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치 진행 상황은….
―왜 춘천에 유치해야 하나.
“부지 주요 평가 항목을 보면 입지 조건이 50점으로 점수가 높은데 이 점에서 춘천이 상당히 유리하다. 기본 요건과 지방자치단체 지원 항목은 각각 25점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 방사광가속기 이용자의 절반이 수도권에 있다. 춘천의 예정 부지는 서울과 40분대 거리로 출퇴근이 가능해 어느 지역보다 우수하다. 더욱이 2026년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면 영동권과의 한층 향상된 접근성이 기대된다. 지형적인 안전성도 뛰어나고 자연재해 우려도 적은 곳이다.”
―정치적 입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대응책이 있나.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정치·사회적 이슈로 춘천보다 여론에 부각된 측면이 있다. 특히 지난 총선과 맞물리면서 유치전이 과열되기도 했다. 다른 경쟁지역에서 유치를 지원하겠다는 식으로 표를 몰았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국책사업에 정치 논리를 개입시켜선 안 되고,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심사가 더욱 엄격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게 됐다. 심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춘천시와의 공조는 원활한가.
“역할 분담을 통해 공조가 잘 진행되고 있다. 춘천시는 유치계획서에 포함된 지질조사, 전력수급계획, 주민설명회 등 기본적인 자료 부분을 맡고, 강원도는 언론 홍보 및 대응, 지지 성명, 포럼 등 대외적인 활동을 책임지고 있다. 또 춘천시는 부지 및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을, 강원도는 산업계 전용 빔라인 추가 건설, 지원 시설 구축, 가속기 연구 및 산업기술 혁신 부분을 지원할 예정이다.”
―방사광가속기 유치 시 춘천의 미래상은….
“통일 한국의 중심축이 될 춘천에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되면 ‘평화 한반도 시대 신혁신 패러다임’ 조성으로 국가 과학기술의 도약과 미래 100년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된 춘천은 통일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국가 신기술 산업지도의 중심지로서 통일 이후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이다. 춘천만큼 확장성이 무한한 곳이 없다. 기본 부지 면적보다 2배 넓은 부지를 제공하는 것도 통일시대 우리나라 기초과학 전초기지를 위한 포석이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