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플랫폼 업체 ‘카바라이프’ 최지연-서연 공동 설립자 그들만의 은밀한 시장 탈피… 투명하게 공개된 예술장터 추구 디자인 제품-그림-음악까지 망라… 등록작가 200명, 값 책정-배송 직접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도 6회 열어
카바라이프 최지연 대표(왼쪽)와 최서연 디렉터. 서울 용산구 오프라인 스토어는 공동 설립자인 건축가 박치동 씨가 고택을 개조해 마련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맛만 좋다면 가격은 얼마든 상관없는 이들을 위한 메뉴. 예술작품 시장의 메뉴판에는 그런 시가 품목이 대부분이다. 경매 외에는 거래 가격이 공개되는 일이 드물다.
온라인 기반의 아트 플랫폼 업체 ‘카바라이프’는 그렇게 한정적인 범주에서 비공개로 움직이는 기존 예술 시장의 틀을 허물고 확장하는 새로운 거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창작자와 작품 구매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카바라이프’의 온라인 사이트 이미지. 설립자들은 “분야 구분 없이 모든 영역의 디자인 예술 작품을 통합한 B2C 아트플랫폼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위계 없이 병치된 작품들은 사이트를 열 때마다 음악플레이어 셔플 모드처럼 새로 뒤섞여 나타난다. 카바라이프 제공
쇼핑몰 형식을 갖춘 온라인 사이트(ca-va.life)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이들이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과 가치관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쇼핑몰이지만 시기별 대표 제품을 부각시키거나 작품 성격에 따른 카테고리를 구분해 묶지 않았다. 동일한 크기로 나눈 그리드에 다양한 품목을 흩어놓듯 배열했다. 그래픽디자인을 인쇄한 섬유작품 옆에 가구가 놓여 있고, 그 옆에는 그릇, 또 옆에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의 작품 파일이 있다.
“사이트를 새로 열 때마다 작품 배열도 계속 새롭게 뒤섞여 바뀌도록 만들었다. 형식 내용 가격에 무관하게 모든 작품을 위계에 대한 인식 없이 수평적으로 바라보도록 하고 싶었다. 이따금 오프라인에서 마련하는 등록 작가들의 팝업스토어 전시에서도 이 원칙을 살리고 있다.”(지연)
현재 등록 작가는 200여 명. 작품 이미지 옆에 기재된 가격은 모두 작가들이 직접 책정했다. ‘깜깜이’ 예술 시장에서 작품의 적정한 소비재적 가치 기준을 창작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구매자의 주문이 접수된 후에 제작에 착수하는 것이 많아서 포장과 배송 작업도 작가가 직접 한다. 사이트에서 샘플을 들어본 뒤 음악 파일을 주문하면 다운로드 코드를 보내준다.
“디자인과 예술작품에 들어가는 노동을 상품가치로 적용하는 시각이 전반적으로 아직 부족하다. 그런 인식을 천천히 바꿔 나가는 데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와 소비자를 잇는 매개자로서 결과물의 질적 완성도에 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서연)
지난해 미국 뉴욕 쇼룸 더셀렉츠에서 연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카바라이프 제공
“서체디자이너의 작품을 인쇄한 욕실용 매트를 제작하거나, 회화작품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하도록 한 전시도 선보였다. 그런 새로운 시도를 선도할 수 있는 작가들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기존 전시에서 시도하지 않은 예술 체험의 방식을 제안해 작가와 소비자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유연한 미디어로서 작동하기 위함이다.”(지연)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