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 전시장
전시장에서 나얼의 콜라주와 드로잉,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30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e메일로 신청 받아 매일 선착순 40여 명만 관람할 수 있다. 찾는 사람 대부분은 가수 나얼의 팬으로 보였다.
조니 뎁 그림
밥 딜런 그림
데이빗 보위 그림
이처럼 연예인의 미술 전시가 이제는 익숙한 현상이 되고 있다. 나얼도 이번이 벌써 10번째 개인전이다. 가수 솔비나 배우 하정우 등도 그림 그리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몰이를 했다. 해외에서도 배우 조니 뎁, 가수 밥 딜런, 데이빗 보위는 물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자신의 그림을 깜짝 공개한 바 있다.
유명 인사들은 왜 그림에 빠질까? 작품을 보면 직업 특성상 터놓고 말할 수 없는 속내를 풀어내는 경향이 보인다. 악성 루머에 시달린 솔비는 심리 치료로 미술을 시작했다. 일기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에 담으며 조금씩 세상에 다시 발을 내딛었다.
임하룡 그림
하정우 그림
나얼은 전시장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등 종교적 색채를 과감히 드러낸다. ‘염세주의적 낙관론자’라는 제목도 기독교도로서 자신을 비유했다. 이문정 리포에틱 대표는 ‘신에 대한 믿음으로 감사하게 살지만, 세상의 불행에 슬퍼하는 종교인으로서 자신의 모습’이라고 평했다.
나얼 그림
최두수 space xx 대표는 “기대한 것보다 훨씬 반응이 많아 깜짝 놀랐다. space xx는 실험적 작품을 선보여 알음알음 찾는 곳이었는데 온·오프라인에서 관심의 폭이 훨씬 확장됐다”고 말했다. 나얼 개인전의 경우 관람 신청은 매일 100~150건 정도가 들어온다고 한다.
다만 연예인의 작품이 그의 유명세를 넘어 작품 자체로 인정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미술사의 맥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평생 작품을 쌓아가는 전업 작가를 따라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작가는 “바스키아가 포함된 컬렉션을 가진 가수 Jay-Z 등 해외 유명인사처럼 국내 유명인들이 안목을 키워 작품을 후원하는 컬렉터로도 역할을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