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겸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 전 프랑스 파리정치대 교수(76)가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격찬했다. 반면 서구사회의 방역 실패원인은 ‘안일주의’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소르망 전 교수는 27일(현지 시간) 프랑스 주간지 르푸앵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엄격한 선별적 격리 적용, 감염 집단 전수조사, 위중환자 입원 치료 등 신속한 대응으로 감염자가 많음에도 사망자가 적었고 전 국민 봉쇄도 피할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유교문화가 선별적 격리 조치의 성공에 기여했다. 한국인들에게 개인은 집단 다음”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이 휴대전화 정보를 이용해 감염자를 추적하는 것에 대해선 “한국인들은 이를 받아들인다. 매우 감시받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소르망 전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보다는 폐쇄주의, 극우주의 등 극단적 이념의 확산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는 막을 수 있고, 부채 역시 관리할 수 있다”며 “위험은 다른 곳에 있다. 특정 이데올로기가 확산돼 기업을 국유화거나 국제무역을 어렵게 하고, 시장경제가 파괴되는 것이 진짜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충분한 정책과 규칙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그 본질을 잊고 있었다는 게 코로나 사태의 교훈”이라고 분석했다.
소르망 전 교수는 파리정치학교와 명문 그랑제콜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진보와 그의 적들’ ‘중국이라는 거짓말’ ‘Made in USA’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해 ‘프랑스의 지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