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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난지원금, ‘경제戰時 상황’ 넘길 실탄 되게 신속지원을

입력 | 2020-04-30 00:00:00


국회가 어젯밤 본회의를 열어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12조2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심의했다. 다음 달 중 전 국민에게 1인당 40만 원,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 원이 현금 또는 지역상품권 등의 형태로 지급된다.

재난 극복을 위해 소득을 가리지 않고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왕 지급 범위와 금액이 최종 결정됐으니 남은 일은 지원금이 극도로 침체된 내수 소비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국민의 손에 전달하는 일이다.

국회는 또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안’을 의결해 기부금으로 되돌려 받은 지원금을 고용보험기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세액공제 제도를 활용해 기부금의 15%는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세 신고 때 기부자에게 되돌려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사람들이 지원금을 수령하지 않고 기부를 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하고 장려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이 공무원 사회를 넘어서서 민간 부문에까지 강한 요구를 하면 대기업, 은행 등 민간기업들은 심한 압박감에서 기부를 강요당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눈치를 보면서 단체로 하는 ‘관제 기부’는 사실상 강제 모금이다. 기부는 공무원 사회를 중심으로 적극 유도하고, 민간 분야는 국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에 맡겨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가 기부금 수혜처로 정한 고용보험기금 이외에 개인이 기부처를 골라 지원금을 기부한 경우에도 동일한 세액공제 혜택을 줘 다양한 기부의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재원 마련도 큰 문제다. 2차 추경에 이어 3차 추경도 확정적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나랏빚 부담이 더 늘게 생겼다. 당초 당정 협의안으로 확정된 70% 지급안이 100% 지급으로 확대되면서 4조6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3조4000억 원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고 1조2000억 원은 기존 예산에서 깎아 마련하기로 여야가 어제 최종 합의했다. 더 적극적인 세출 구조조정 작업이 있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1회성 지급이지만 앞으로 큰일이 닥칠 때마다 비슷한 요구가 터져 나올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재난지원금의 조성 조건, 지급 범위 및 금액 등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두어야 혼란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