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세계車 판매 28% 급감… 한국브랜드 감소폭 적어 선방
점유율 작년 7.3%서 8.4%로 상승
부품업체 절반, 매출 20% 이상 뚝
“정부, 운영자금 등 지원을” 호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 1분기(1∼3월) 세계 주요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4분의 1 이상 감소한 가운데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대부분이 20% 이상의 매출 하락을 경험하면서 정부에 운영자금 등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9일 발표한 ‘1분기 해외 주요 자동차시장 및 정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등 해외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의 승용차 판매는 27.5%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먼저 받은 중국과 유럽이 각각 45.4%와 26.3% 줄었고 인도도 22.4% 감소했다. 유럽은 3월 중순부터 이동제한이 발효됐고 인도는 전국 봉쇄령이 내려진 바 있다. 3월 말에 본격적으로 이동제한 조치가 발효된 미국은 판매량이 12.7% 감소했다. 멕시코(―10.9%)와 브라질(―9.2%)에서도 자동차 판매가 줄었다.
이런 가운데 이들 지역에서 한국계 브랜드의 1분기 판매는 15.9% 감소했지만 판매 점유율로 보면 지난해 7.3%에서 올해 8.4%로 상승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공장 가동률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경쟁력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뒤를 받치면서 판매 감소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과 중국 브랜드는 판매가 각각 28.1%, 44.4% 감소해서 점유율도 0.3%포인트와 3.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은 유럽계 31.5%, 중국계 11.4%였다. 미국과 일본 브랜드 판매는 각각 20.6%와 25.0% 감소했다. 점유율은 각각 1.7%포인트와 0.9%포인트 상승한 19.9%와 26.3%다.
한국 자동차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최근 자동차 부품업체 96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2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한 곳이 절반에 이르렀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코로나19 위기가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확산하면서 부품업체 위기도 심화하고 있다”며 “유동성 공급, 내수 촉진, 세금 납부 유예, 고용 유지 지원 등 신속한 정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