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안 보이는 제1야당 미래통합당 청와대-거대여당 폭주 견제하겠나 차라리 ‘민주당 우파’에 기대 걸겠다 文 재출마 겨냥한 장기집권 기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국민 위해 말하라
김순덕 대기자
180석을 확보한 민주당으로선 21대 국회를 놓칠 수 없을 것이다. 당청 모두 “지금은 코로나 위기 극복에 매진할 때”라고 한 걸 보면 개헌은 시간문제다. 개헌안 통과에 부족한 20석 정도는 지난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거래처럼 ‘책임총리제’를 던져주면 어렵지 않게 확보 가능할 터다.
5선 반열에 오른 송영길이 대통령 중임제(重任制) 개헌을 주장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2018년 청와대가 발의한 개헌안은 대통령 4년 연임제(連任制)여서다.
8월 당 대표 출마를 작정한 송영길이 이 차이를 모를 리 없다. 그의 중임제 개헌안이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 마땅한 친문 대선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총리 지지율이 40%를 넘었다고는 하나 호남 출신, 김대중 민주당의 적자(嫡子)다. 친문 황태자 조국이나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사법부 심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파’가 이재명 경기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할 것 같지도 않다. 절대 정권을 놓칠 수 없는 PK(부산경남) 친문에게는 문 대통령의 재출마 가능성이 ‘진보 집권 30년’을 비추는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행 헌법엔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개헌은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2022년 5월 퇴임한 뒤 송영길 당 대표가 자기 임기 안에 개헌을 완수하면 문 대통령은 2027년 출마해 재집권할 수 있다. 우상 숭배하듯 ‘우리 이니’를 떠받드는 문파와 당 대표를 원하는 송영길의 상생전략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청와대 정부’가 내각을 허수아비로 만든 것도 모자라 제왕적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꾀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코로나 위기’ 속에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큰 정부, 권위주의 정부가 당당하게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 절호의 기회에 달랑 중임제 개헌만 할 리 없다. 이용선은 물론 이해찬이나 이인영 원내대표는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확히 하자고 요구한다. 청와대 개헌안 속의 지방분권국가 지향과 노동권 강화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꿀 수도 있다.
차라리 민주당 안의 양심세력에 희망을 걸고 싶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찬성했던 ‘청와대 우파’가 있었듯,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줄 ‘민주당 우파’가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진 총선 때문에 문파의 눈치를 본 의원들이라 해도 가슴속 깊은 곳엔 진영논리에 사로잡히지 않은 애국심이 있을 것이다.
조국을 어떻게 보느냐가 양심세력의 기준이다. 원내대표에 출사표를 낸 정성호 의원은 조국 사태 때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1명도 없다”고 페이스북에 개탄을 했다. 2016년 당 강령에서 ‘노동자’를 빼면 안 된다는 아우성에 1980년대 학생운동 식 낡은 사고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7년 대선 전에는 문 대통령의 측근 문제를 놓고 “박근혜 정권에서의 최순실 비선실세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고 용감하게 지적한 적도 있다.
정성호 같은 비주류 아닌, 친문 원내대표가 탄생할 공산이 크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여당 의원도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됐다는 자부심과 책임의식이 있다면 대통령 숨결에나 신경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청와대 거수기’를 거부하는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진정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돕는 길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