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 수출액과 수입액을 비교한 무역수지의 적자는 코로나19 탓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교역국의 국경이 막히면서 수출이 크게 감소한 반면 수입은 그만큼 줄지 않았다. 4월 1∼20일 무역수지가 34억5500만 달러(약 4조2000억 원) 적자여서 남은 기간 만회하기가 어렵다. 수출, 수입을 합한 금액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무역의존도가 한국은 68.8%로 미국(20.4%)의 3.4배, 일본(28.1%)의 2.4배다. 그만큼 다른 선진국에 비해 무역 축소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이 월 기준 마지막 무역 적자를 냈던 2012년 1월은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던 때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지나치게 돈을 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몇 년이 지나 재정적자로 국가부도 상황에 직면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휴대전화, 선박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6% 감소한 데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수입액이 크게 늘어 19억6000만 달러 무역적자를 냈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면 국내 외환이 줄어들고 국가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무역적자는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정부가 설명하지만 국제질서는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 불리한 반(反)세계화와 보호무역 강화 쪽으로 급격히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수출이 1분기에 선방했지만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된 2분기에는 큰 폭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8년 전 한미 FTA처럼 앞뒤가 꽉 막힌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반전 카드가 필요한 때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