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센터 화재 참사]38명 참변… 피해 왜 컸나 샌드위치 패널 탓 불길 급속 확산, 공사중이라 스프링클러 설치 안돼
29일 오후 11시 기준 38명이 숨진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의 대형 참사 원인으로는 △유증기 폭발 △샌드위치 패널 구조 △유독가스 확산 등이 꼽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물류센터 화재는 직원들이 건물 지하 2층에서 우레탄폼 작업 등을 하던 중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을 때 생기는 아지랑이 같은 기체인 유증기는 조그만 불씨에도 쉽게 폭발한다.
숨진 희생자들은 강한 화염으로 인해 입고 있던 옷이 모두 탄 채로 발견됐다. 당시 우레탄폼 작업이 한창이거나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건물 속 공기에 유증기가 섞이면서 폭발로 이어졌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현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하 2층엔 우레탄폼 발포 작업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유증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지하 2층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생긴 불꽃이 유증기에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한 모금만 마셔도 정신을 잃는다. 서승현 이천소방서장은 “지하에서 대피를 하지 못한 희생자들은 우레탄폼이 내뿜는 유독가스 때문에 대피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하 2층이 아닌 건물의 다른 층에서 작업을 하던 직원들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희생됐다. 숨진 희생자들은 작업 현장에서 대부분 발견됐다. 복도 등으로 대피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우레탄 작업을 할 때는 최대한 공기 순환이 잘되는 열린 공간에서 하고 부득이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할 때는 냉각장치와 환기장치를 잘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용 충남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유독가스는 소량만 흡입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우레탄 작업을 할 때 현장 책임자가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 등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가 공사 현장이었기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미처 설치되지 않았던 점도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된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공사 현장 건물에는 소화기와 유도등만 설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김소영 ksy@donga.com·신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