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韓, 많은 돈 내기로”… 트럼프에게 동맹은 대선용 ‘돈맹’인가

입력 | 2020-05-01 00: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미 방위협력에) 합의할 수 있다. 그들(한국)은 합의를 원한다”며 “그들은 많은 돈을 내기로 동의했다. 그들은 내가 취임했을 때보다 더 많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고 아무것도 합의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합의’를 언급했지만 그게 언제인지, 액수는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미 실무협상단이 잠정 합의한 13% 분담금 인상안을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어 더 높은 인상률에 합의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늘 그렇듯 그 신뢰도나 정확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분명하다. 한국의 기여분 인상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더 많은 돈을 받아내겠다는 압박인 것이다. 특히 그의 모든 관심은 올 11월 대선에 쏠려 있다. 동맹관계도 미국 유권자를 향한 과시용인 게 현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3% 인상안을 거부한 이후 협상은 답보상태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도 13%가 넘는 인상률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을 밝힌 상태여서 협상은 미국 대선 때까지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 특히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생계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그제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로서도 조급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인 듯하다.

하지만 힘의 불균형이 뚜렷한 비대칭 동맹의 상대적 약소국인 우리 처지에서 마냥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협상의 지연, 마찰의 장기화는 동맹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맹 피로감’을 부추기고, 주한미군 철수론 같은 소모적 논란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협상의 틀에 갇힌 신경전에서 벗어나 폭넓은 안보협력 과정에서 해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