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초고속(Warp Speed)’이란 작전명으로 내년 1월까지 3억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공상과학 시리즈 ‘스타 트렉’에서 ‘빛보다 빠른 여행’을 의미하는 ‘워프 스피드’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에 도입됐다. 독일 바이오테크사도 지난달 12명에게 백신 후보 물질인 BNT162를 접종하는 실험에 돌입해 빠르면 올해 말까지 수백만 명에게 백신을 투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국의 속도전을 보면 백신 개발에 수년이 걸린다는 말이 무색하다.
▷영국의 공격적인 백신 개발은 사망자 2만6000여 명으로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3위를 차지해 깎인 체면을 발 빠른 백신 개발로 만회하려는 의도도 있다. 슬픈 얘기지만 영국은 실험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한다. 임상시험 3단계에서는 자연감염 가능성이 큰 피실험자가 많이 필요한데 한때 하루 최대 4000여 명이 확진돼 실험에 유리한 여건이라는 것.
▷국내에서도 제약회사와 벤처기업 등 10여 곳이 백신과 치료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서울의 국제백신연구소(IVI)는 미국 이노비오사의 실험용 백신을 받아 40명을 대상으로 1단계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진단 시약의 신속한 개발과 검사에 이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서도 한국이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