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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동네 형들이 내가 귀여워 자꾸 나를 찾는 줄 알았다. 실은 그들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조부님 창고의 개구멍으로 들어가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타원형의 쇠붙이 몇 개를 들고 나왔다. 엿집에 가서 쇠붙이를 엿으로 바꿔 먹었다.
초등학교에도 입학하기 전, 여러 차례 이 짓을 했다. 조부님이 아시게 돼 우리들은 혼쭐이 났다. 해양대에 입학하고 난 뒤 그 당시 엿으로 바꿔 먹던 쇠붙이의 이름이 ‘섀클’이라는 것을, 또 법률상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 하여 조부님의 물건을 훔친 손자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프도 섀클과 같이 선박과 무엇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밧줄이다. 선박과 그물을 연결할 때는 물론이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때도 로프가 사용된다. 로프는 주먹 크기의 섀클과 달리 길이가 수십 m에 이르고 무겁고 밧줄에 힘이 잔뜩 걸리기 때문에 사용 시 매우 주의해야 한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섀클과 로프는 선박 관련 각종 장비를 연결해 선박이 고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바다 사람들은 재미있고 교훈적인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소재들을 모아 바다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 이야깃거리를 문화로 만들어 가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나는 복 받은 바다 사람이다. 칼럼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독자들과 바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본 칼럼은 나에게 섀클과 로프 같은 고마운 존재이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