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오스트로프스키 개인전 ‘사람, 그림, 감정’ 전경. ©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의 집 거실에는 여러 개의 선이 캔버스를 따라 직사각형 형태로 그려진 그림이 걸려있다. 선의 색깔은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등으로 다양하다.
언뜻 보면 낙서 같은데, 사실 이 그림은 대표적인 ‘독일 현대 추상회화’ 작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오스트로스키의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그의 개인전 ‘사람, 그림, 감정’에 나온 작품들도 낙서 같이 느껴진다.
현대 추상회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인지상정이다. 풍경, 정물, 인물 등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그림과는 달리 형태와 형식 등이 모두 작가의 철학에 따라 다른 의도를 갖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그림이 가진 에너지나 역동성을 관객이 느끼길 바랐다. 작가의 표현을 최소화하고,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넘기는 것. 그럼에도 약간의 변주를 통해, 오류나 실수처럼 보이게 그은 선 등을 통해 다른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그는 기존 회화의 현학적인 면을 배제하면서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그의 대표작인 ‘F’ 연작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F는 독일어 ‘Fehler’로 실패와 실수를 뜻한다. 낙서하듯 그려진 선과 이를 둘러싼 여백은 ‘무’(無)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작가의 여백은 한국에서 ‘미’(美)로 여기는 여백처럼 ‘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세계, 그리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담는다. 또한 빠르고 리드미컬한 선의 움직임 등은 기존 예술문법에 도전하는 ‘그래피티’와 같은 느낌을 준다.
성신영 전시디렉터는 “완전히 빈 공간으로 보이지만 작은 천을 붙인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실수인 것처럼 변화를 준다”며 “의도적으로 고급스러움을 벗어나려하는 작가”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