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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그린뉴딜

입력 | 2020-05-02 03:00:00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코로나19가 심각한 국제 보건 및 경제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수세기 동안 인간의 행복이나 생태계, 경제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전염병(팬데믹)과 기후변화 곡선을 모두 평탄하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세계기상기구 페테리 탈라스 사무총장의 말이다.

세계기상기구는 지구의 날 50주년을 맞아 지난달 22일 ‘지구기후 2015∼2019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50년 동안 기후변화의 물리적 징후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면서 지난 5년 동안이 기록상 가장 뜨거웠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1970년보다 약 26% 높아졌는데, 그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0.86도 상승했고, 산업화 이전보다는 무려 1.1도 더 따뜻해졌다. 2015∼2019년 열대성 사이클론은 최악의 경제적 피해를 가져왔다. 2017년 미국과 서인도제도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는 무려 150조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켰다.

더 잦아지는 열대성 폭풍과 집중호우 등의 재난은 다양한 종류의 전염병 발생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낸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은 더 심각해지면서 아프리카의 식량 불안을 악화시켰고 관련 질병이나 사망의 위험이 증가했다. 더 많은 열이 바다에 갇히면서 2019년은 해수면부터 700m 깊이까지 측정한 기록적인 해양 열 함량 값이 가장 컸다. 이렇게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해양 생물과 생태계가 위험에 빠진다. 2019년부터 지구는 재앙으로 얼룩졌다. 2019년 북극권 산불, 슈퍼허리케인과 극심한 홍수, 가뭄과 기아, 대규모 환경 재앙인 아마존 산불이 이어졌다. 올해 들어 호주 대형 산불과 동아프리카와 중동의 메뚜기 떼 재앙, 그리고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19 등이 잇따르고 있다. 모두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거나 증폭된 현상들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창궐은 산업체 가동 중단과 이동제한 등으로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선사해주었다. 그러나 대기오염 및 이산화탄소 감소는 일시적일 뿐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수많은 나라는 경제 회복을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공장을 가동할 것이다. 더 심각한 기후위기 시대가 닥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대적인 그린뉴딜을 하는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무역과 개발 보고서 2019’를 발간했다.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심각할 정도의 실질적인 위협이 됐다. 이를 막기 위해 탈(脫)탄소화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현재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보조에 지출하는 금액의 약 3분의 1인 1조7000억 달러(약 2000조 원)를 그린뉴딜 정책에 사용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1억70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탄소 배출량이 줄면서 기후변화 속도도 늦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탈라스 사무총장도 그린뉴딜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면서 기후변화에 맞서 코로나19 때처럼 세계적인 결단과 단결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뉴딜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도 막고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