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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內 공자학원 中공산당 선전·선동 활동 중

입력 | 2020-05-02 16:52:00

“마오쩌둥은 동양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

● 공자학원에 공자가 없다
● 체제 선전, 역사 왜곡
● 어린이 교재도 마오쩌둥 찬양
● 중국식 민주주의 찬양
● 유물론적 사관 주입
● 미국·유럽은 공자학원 퇴출




중국 공자학원 본부. [중국 ‘국가한판’ 홈페이지]

공자학원(孔子學院)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고양하겠다는 취지로 중국공산당이 설립한 기관이다. 2020년 4월 기준 162개 국가에 545개 공자학원(孔子學院), 1170개 공자학당(孔子課堂)이 설치돼 있다. 

공자학원은 ‘공자’의 이름을 빌렸지만, 실상은 공자 사상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공산당 체제 선전, 정보 수집, 중국 유관 학자 동태 감시 등을 수행하는 ‘스파이 기관’이라는 의심도 받는다. 구미(歐美) 각국에서는 공자학원 운영의 순수성을 문제 삼아 퇴출 운동이 이어진다. 중국 체제 선전의 최일선에 선 공자학원 교재를 ‘신동아’가 단독으로 입수해 분석했다.

공자가 기가 막혀

공자학원 교재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공자’의 사상을 왜곡·변조해 공산당에 유리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공자학원 교재로 베이징대학출판사가 발행한 대외중국어교재·문화중국어 시리즈인 ‘중국 이해하기(解讀中國)’는 공자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중국의 가장 유명한 사상가 공자는 농민을 매우 경시했다. 그의 학생이 공자에게 농사짓는 법과 야채 재배술을 배우려 하자 공자가 코웃음을 치며 비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늙은 농민만 못하니 그들에게 배우거라.’ 공자는 스스로 정당하지 않은 수법을 써서 돈 벌기가 나에게 하늘의 뜬구름처럼 멀고도 불가사의하다며 자신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공자는 돈에 대한 갈망을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공자는 ‘부(富)가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채찍을 잡고 수레를 모는 천한 일이라도 내가 하겠다.” 

이 내용을 종합하면 공자는 농민을 업신여기며 상인의 부귀 또한 부러워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공자학원 교재는 ”고대 중국 노동자들은 공자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그는 사지가 부지런하지 않고 오곡을 분간하지 못한다”고 했다. 

실제로 공자가 농민을 경시하고 부를 탐했을까. 상기 내용의 원 출처는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이다. 해당 대목은 다음과 같다. 

“제자 번지(樊遲)가 농사일을 배우려고 하자 공자가 말했다. ‘나는 늙은 농부만 못하다.’ 번지가 채소 가꾸는 일을 배우려고 하자 공자는 ‘나는 늙은 원예사만 못하다’고 했다. 번지가 이 말을 듣고 나가버리자 공자가 ‘번지야! 뜻이 작은 사람이구나’라고 했다. 공자가 말했다. ‘윗사람이 예(禮)를 좋아하면 어느 백성도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의(義)를 좋아하면 그 어느 백성도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윗사람이 신(信)을 좋아하면 그 어느 백성도 감히 사실대로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사방(四方)의 백성들이 자식을 포대기에 업고 스스로 올 것이니, 어찌 농사일을 배울 필요가 있겠는가.”

“공자는 벼슬하기 좋아하는 속물”

중국 베이징대출판사 발행 공자학원 교양교재 ‘중국 이해하기(解讀中國)’. 공자의 언행을 왜곡 기술하고 있다.


이 대목의 올바른 해석은 ‘사람은 저 나름대로 본분과 맡은 일이 있다. 농민은 농사일에 몰두해야 하듯이 지식인은 학문과 도덕 승화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자 문하에서 공부하고 있는 번지는 마땅히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함양하는 데 힘써야 하며 번지는 학자로서 자신의 본분이 아닌 농사일에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공자학원 교재 중 ‘공자가 부를 탐했다’는 것도 문제시 된다. ‘논어’ ‘술이(述而)’편에 등장하는 내용을 곡해한 것이다. 원문은 “공자가 말했다. 부가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채찍을 잡고 수레를 모는 천한 일이라도 내가 하겠다. 그러나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子曰 富而可求也,雖執鞭之士,吾亦爲之,如不可求,從吾所好)”는 것으로 사람이 부를 누릴 수 있는지는 운명에 달려 있으니 구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공자학원의 ‘중국 이해하기’ 교재는 공자를 ‘벼슬하기 좋아하는 속물’로 폄하하기도 한다. 교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국가와 정부의 장려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공들여 독서하여 출세하고 조상의 이름을 빛내기를 바랐다. 공자가 ‘독서하여 벼슬하기’를 제창했으니 벼슬자리에 오르면 권력이 생기고 모든 것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중국 백성 자자손손(子子孫孫)의 꿈이다. 공자는 군자로서 ‘정심·명덕·수신·제가·치국·평천하(正心·明德·修身·齊家·治國·平天下)’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교육을 인생에서 가장 고상하고 가장 중요한 일로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독서만큼 의미 있지는 않다 여겼다. 그는 일찍이 ‘나머지 일은 모두 하품(下品)이며 오로지 독서만이 고상하다’고도 했다. 또한 공자가 말하기를 ‘농사를 지을 적에 가끔 굶주리는 일이 일어나지만 학문을 할 적에 오히려 먹을 녹이 저절로 생긴다’고 했다. (…) 독서하여 벼슬하기는 너무나도 진부한 관념이거니와 오늘날에 사람들은 대부분 지식을 얻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 (…) 농사를 지을 때에는 때때로 굶주리는 일이 발생하지만 학문을 하면 오히려 먹을 녹이 저절로 생긴다.”

공자 사상 왜곡

사실이 그러할까. 공자는 ‘독서해 벼슬하기’를 주장한 적이 없다. 출세와 권력을 목적으로 한 공부는 공자 사상에 배치된다. 공자는 자기 수양을 목표로 한 공부를 지향했다. 아래로부터 인간의 도리를 깨우쳐 위로의 천리(天理)를 터득하는 공부를 실천했다. 공자가 벼슬하고자 하는 근본 이유는 천하에 도(道)를 펼쳐 사회질서를 확립하고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다. 

“(벼슬을 제외한) 나머지 일은 모두 하품(下品)이며 오로지 독서만이 고상하다(萬般皆下品, 唯有讀書高)”는 구절도 공자 사상을 왜곡하기 위해 덧붙인 것이다. 이는 중국 북송(北宋) 시대 학자 왕수(汪洙)의 ‘신동시(神童詩)’의 한 구절로 ‘논어’ 등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서적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을 때는 때때로 굶주리는 일이 발생하지만 학문을 하면 오히려 먹을 녹이 저절로 생긴다(耕也, 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는 해석도 잘못이기는 마찬가지다. ‘논어’ ‘위령공(衛靈公)’ 편의 원 구절은 “군자는 도(道)를 행하는 것을 도모하지 먹을 것을 도모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을 적에 가끔 굶주리는 일이 일어나지만 학문을 할 적에 오히려 먹을 녹이 저절로 생긴다. 군자는 도(道)를 터득하지 못할까 걱정하지 먹을 것이 없을까 걱정하지 않는다”이다. 이 구절의 올바른 해석은 ‘녹(祿)은 말단적인 것이고 도(道)는 근본적인 것이다. 학문에 힘쓰는 것은 도를 터득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앞서서이기 때문이지 녹을 위해서가 아니다. 즉 학문의 주안점을 항상 도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공산당 은혜가 동해바다보다 깊다”

훙후 적위대 가사.


공자학원 교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일방적인 중국공산당 찬양과 현대사 왜곡이다. 공자학원 교재로 화어교학출판사(華語敎學出版社·Sinolingua)가 펴낸 초급 중국어 영어교재 ‘중국어 말하기와 쓰기(A Key to Chinese Speech and Writing)’에서는 유교 사상과 공산혁명의 당위성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혁명에 반하는 것은 반동이다. 유교는 ‘과거’에는 중국인의 정통 사상이었다.” 

중국 국무원 교무판공실(僑務辦公室·해외 화교업무 담당부처)·중국국가한어국제추진영도소조판공실(中國國家漢語國際推廣領導小組辦公室)이 펴낸 중·한 대역 교재 ‘중국역사상식(中國歷史常識)’ ‘중국공산당 역사’ 부분에 서술된 1927년 7월 23~31일 상하이(上海) 루완(盧灣)구 싱예(興業)로 78번지에서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에 관한 기술은 다음과 같다. 

“이 대회(중국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 폐막 후 중국 정치 무대에 중국공산당이라는 새로운 힘이 등장했다. 공산당은 엄청난 재난을 겪고 있는 중국인에게 광명과 희망을 가져왔다.” 같은 교재의 ‘주은래와 신중국(新中國·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 외교’ 편에서는 초대 중국 정무원(政務院·현재 국무원) 총리이자 초대 정무원 외교부장이던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신중국의 제1대 총리 겸 외교부장을 지낸 그(저우언라이)는 뛰어난 외교술과 매력적인 인품을 갖춘 사람이다. 그는 참석한 외교 장마다 성공과 승리를 거둬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상징이 됐다.” 

어린이용 교재에서도 공산주의, 중국공산당 찬양은 빠지지 않는다. 

중국국가한어국제추진영도소조판공실이 펴낸 ‘나와 함께 중국어를 배워요(限我學漢語)’에는 ‘훙후의 물, 파도가 일고 일다(洪湖水 浪打浪)’라는 제목의 노래가 소개돼 있다. 노래는 혁명가극 ‘훙후적위대(洪湖赤衛隊)’의 간주곡이다. 훙후적위대는 1959년 초연됐고, 1961년 영화화됐다. 내용은 1930년대 샹어시(湘鄂西·후난(湖南)성과 후베이(湖北)성 서쪽 지역 별칭) 중국공산당해방구(소비에트)에서 공산당적위대(赤衛隊·적위대)의 활약상을 찬양한 것이다. 노래 가사는 “사람마다 모두 천당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어찌 물고기와 쌀이 많이 나는 훙후만 하겠는가? 중국공산당의 은혜가 동해바다보다 깊다”고 일방적으로 중국공산당을 찬양하고 있다. 샹어시공산당해방구에서는 지주 살해, 재물 약탈, 부녀자 강간 등이 ‘혁명’의 이름으로 자행됐다.

마오쩌둥을 태양에 비유해 찬양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 [A&E Television Networks 홈페이지]


2018년 중국 정부는 혁명가극 ‘훙후적위대’ 호주 상연을 계획했다. 상연에 앞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념·사상 색채를 빼려 ‘홍후적위대(Red Guards on the Honghu Lake)’라는 원제목에서 ‘적위대’를 삭제하고 ‘훙후’라고 명명했지만 극에 담긴 공산주의 사상 전파의 위험성을 눈치챈 호주 정부는 상연을 불허했다. 

중국 산둥(山東)성 지난(濟南)대학 출판사가 편찬한 공자학원 교재 ‘중문(中文)’에는 ‘나는 베이징 톈안먼을 사랑해(我愛北京天安門)’라는 곡이 실려 있다. 이 노래 가사는 “나는 베이징 톈안먼을 사랑해. 톈안먼에는 태양이 뜨네. 위대한 지도자 마오 주석. 우리를 앞으로 이끄시네” 등 마오쩌둥을 태양에 비유해 찬양하고 있다. 

공자학원 교재는 은연중에 마르크스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한다. 베이징대학출판사의 ‘당대중국(當代中國)’에는 바이(白) 씨 성을 가진 여성과 마르크스의 대화가 등장한다. 대화 중 여성은 마르크스에게 마오쩌둥(毛澤東)을 가리키면서 “‘쩌둥(澤東)’은 동양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뜻이다”라고 말한다. 같은 교재에는 사후(死後) 세계를 묘사하면서 “마르크스를 만나러 가는 것은 하느님(上帝)을 만나러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서술해 유물론적 사관(史觀)을 주입하고 있다. ‘나와 함께 중국어를 배워요’ 책에 수록된 대화문에는 “오늘날 사람의 수명이 점점 길어져서 정년퇴직에서 마르크스를 만나러 감에 이르기까지 이삼십 년의 시간이 있다”는 구절이 등장하기도 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외양상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中國人民政治協商會議)에 중국공산당과 ‘민주당파’로 불리는 중국민주동맹·중국민주촉진회·중국민주건국회·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중국농공 민주당·중국치공당·구삼학사·대만민주자치동맹 등 제(諸)정당이 참여하는 다당제 국가를 표방한다. 실제는 중국공산당이 ‘이당치국(以黨治國·정당으로서 국가를 통치한다)’ 원칙에 입각한 당국체제(黨國體制·Party-State System·중국공산당이 국가를 영도한다)하 중국공산당 일당독재다.

“中공산당은 민주주의 위해 분투하는 정당”

공자학원 교양교재 ‘민주적 역량’은 ‘중국공산당 90여 년 역사는 민주주의를 목표로 노력하며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역사’라면서 체제를 선전한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공자학원이 제시한 교양교재 ‘민주적 역량(民主的力量)’은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선전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어떻게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책 서두(書頭)에 이렇게 적혀 있다. 

“어떤 이는 중국공산당은 민주주의를 추종하는 정당이 아니라고 한다. 이건 역사적 사실인가. 어떤 이는 중국 인민대표대회는 허위(虛位) 민주주의제도이며 중국인민정치협상제도는 정치적 장식품에 불과하다고 여기는데 이러한 생각은 일리가 있는가? 서구사회는 일당독재를 실시해 포용성·대표성·합법성이 결여돼 ‘세계적 민주주의 동향’과 동떨어진다고 중국공산당을 질책하는데 이런 지적은 정확한가. 이 책은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중국공산당 90여 년 역사는 민주주의를 목표로 노력하며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역사이다.” 

이 교재의 목차 구성은 다음과 같다. △중국공산당은 민주주의를 숭상하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분투하는 정당이다 △중국공산당은 민주주의를 무기 삼아 국민당을 이겼다 △민주협상은 신중국의 기초를 다졌다 △전국인민대표대회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구현했다 △인민정치협상제도는 중국식 민주주의의 매력을 과시했다 △민주주의는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공자학원 교재 ‘민주적 역량’은 중국의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중국공산당은 종교·신앙자유 정책을 내놓았으며 착실하고도 엄격하게 실행한다.”(140쪽) “강제로 사람들이 마르크스주의를 믿도록 해서는 안 된다.”(141쪽) “종교·신앙 자유 정책 인도하에 티베트 전통 종교행사와 종교 활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143쪽) “중앙정부의 지도와 전국 각 지역의 지지하에 소수민족과 소수민족 거주 지역 경제·사회가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해당 지역 인민의 생활이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로 접어들었다.”(144쪽)

티베트 역사 왜곡

공자학원 교양교재 ‘티베트 이야기’는 중국의 티베트 침략·병합을 미화하고 있다.


또 다른 교양교재 ‘티베트 이야기(西藏的故事)’는 티베트 역사와 정교(政敎)일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왜곡한다.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달라이 라마는 정교합일(政敎合一) 정권의 최후 통치자로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의 존립을 유지하려 들었다. (…) 달라이 라마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600여 년 지속된 정권은 종말을 맞았다.”(72쪽) 

“구(舊)티베트에서 모든 농민은 평생 동안 빚을 지고 살아야 하는 농노(農奴)에 지나지 않았다. 티베트인들은 과도하고 잡다한 세금과 무거운 부역도 감당해야 했는데, 인간으로서 일체 자유를 완전히 잃고 갈수록 가난해졌다.”(74쪽) 

“농민들은 다 불쌍한 농노들이었다. 고향을 떠날 권리도 떠날 가망도 전혀 없었다. 몇몇 사람이 가까운 다른 곳에 도망쳤다 잡혀 와서 혹독한 형벌을 받았다. 한 사람이 도망치면 모든 가족이 연좌됐다.”(76쪽) 

“티베트 형벌은 매우 가혹했다. 가장 중한 것은 사형이다. 몸을 해체하고 두개골을 가는 참형도 있었다. 가장 일반적인 형벌은 범인을 포대에 넣고 강에 던져서 침몰하게 하는 것이다. 팔다리를 절단하는 형벌도 있다. 눈을 파내는 흉악한 형벌도 있는데 쇠를 가열한 뒤 안구에 넣거나 끓는 기름, 혹은 물을 눈에 부어서 시력을 잃게 한다.”(78쪽) 

반면 중국공산당의 티베트 침략과 지배에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티베트민족자치구 자치의 가장 두드러지고 근본적인 특징은 티베트인이 주인이 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지난날 영주(領主)의 농노나 노예였던 자들이 이제는 국가의 주인, 사회의 주인이 됐으며, 국가를 관리하는 권리가 생겼고 선거권·피선거권도 부여받았다. 티베트자치구·시·현·향 각급의 인민대표들은 모두 유권자가 직·간접 선거로 뽑은 자들이며 선거권과 함께 파면권도 있다. 이는 티베트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97쪽)

“오늘날이 티베트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

2010년 6월 호주 멜버른 공자학원을 방문한 시진핑. [신화=뉴시스]


“(티베트자치구가 공식 성립한) 1965년부터 현재까지 3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티베트에서 눈부신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졌고 건강 상태가 개선됐으며 문화 수준도 높아졌다. 민족의 전통문화가 존중되고 발양됐다. 티베트자치구가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는 법규·법령을 실시해 사회가 안정됐다. 구티베트 사회를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오늘날이 티베트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임을 인정한다.”(98쪽) 

“문화대혁명 때 티베트의 종교자유와 문화가 파괴됐지만 중국공산당 중앙이 1980년, 1984년 티베트공작좌담회를 개최한 후부터 티베트에서 종교자유 정책은 확실하게 실행됐다. 티베트 각 교파, 각 사찰의 종교 활동이 다시 활발해졌다.”(100쪽) 

“서양 언론이 반복해 목소리를 내는 것 중 하나가 티베트 전통문화가 말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정반대다. 전통문화는 파괴되지 않았을뿐더러 보호받고 있다. 1980년대부터 티베트에서 전통문화유산을 보호·보존하고 살리는 대규모 활동을 벌였다.”(113쪽) 

이처럼 공자학원은 공자의 이름을 빌렸을 뿐 실상은 외국인들에게 공산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문화대혁명(1966~76년) 시기 산둥성 취푸(曲阜) 공자묘를 파헤쳤던 중국공산당이 다시 한번 공자의 이름을 빌려 공자를 욕보이는 셈이다. 

설립 초기 공자학원은 소프트파워 외교의 일환으로 중국어 교육, 중국 문화 교류의 매개로 활용됐다. 한국에는 2004년 ‘세계 최초’ 공자학원인 서울공자아카데미(서울 강남구 역삼동)가 설립된 후 총 23개 공자학원·학당이 설립됐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숫자다. 

공자학원은 2013년 3월 시진핑(習近平) 집권 후 성격이 변질됐다. ‘중국몽’ ‘중국부흥’을 슬로건으로 내건 시진핑 정부는 해외 선전활동을 강화했고, 공자학원을 체제 선전 도구로 활용했다. 2015년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 확정 후에는 일대일로가 지나는 국가에 공자학원을 집중적으로 설립했다. 공자학원이 ‘샤프 파워(sharp power·권위주의 정부가 은밀하게 펴는 정보전과 이데올로기 전쟁)’를 키우는 기관으로 전락한 셈이다. 

공자학원이 중국 체제의 선전도구가 되면서 공자학원이 진출한 국가의 우려와 불안도 커졌다. 이는 유럽·미국의 공자학원 배척 운동으로 이어졌다. 2005년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개설한 스웨덴 스톡홀름대는 2015년 공자학원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미국에서는 2014년 시카고대·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공자학원 폐쇄를 필두로 ‘공자학원 퇴출’이 이어지고 있다.

“中, 공자학원을 스파이 활동에 이용”

구미(歐美) 국가들이 퇴출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공자학원이 첩보 수집 조직으로 활용된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발행 중국어신문 환구화보(環球華報)는 캐나다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공자가 캐나다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가’ 제하 기사를 게재했다. 환구화보는 공자학원이 체제 선전과 첩보 활동을 위한 기관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공자학원이 수행하는 스파이 활동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2018년 2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이렇게 밝혔다. 

“공자학원이 중국공산당 사상 선전과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되고 있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비롯해 중국계 교수, 학생, 연구원을 정보수집원으로 활용하는 행태가 미국 전역에서 관찰되고 있다. 공자학원이 미국 내 중국 유학생과 중국 민주화운동, 인권 활동과 관련된 재미 중국인의 동향을 감시하는 거점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유럽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벨기에 정부는 스파이 혐의로 브뤼셀자유대 공자학원 원장 쑹신닝(宋新寧)의 입국을 거부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에서는 공자학원에 대한 경각심이 거의 없다. 아시아 최다 공자학원 보유국인 상황에서 현재도 각 대학들은 공자학원 유치에 적극적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중국과 교류 확대의 불가피성, 시중 학원 절반 수준 수강료로 중국어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대학 관계자 초청, 장학금 지급) 등을 이유로 공자학원 유치의 불가피성을 내세우고 있다.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이 기사는 신동아 2020년 0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