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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맞은 코로나 완치자 “옷은 안입어도 마스크는 챙겨요”

입력 | 2020-05-03 07:28:00

22일 운영 종료된 코로나19 경증 구미 생활치료센터 LG디스플레이 기숙사에서 의료진들이 퇴원하는 경증 환자들에게 “당신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퇴소를 축하드리며 건강을 기원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축하하고 있다. (구미시제공)2020.4.22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 대구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와 환자를 수용할 병실이 턱없이 부족해 큰 혼란을 겪을 때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가 지난 3월2일 처음 문을 열었다.

운영을 마친 지난달 30일까지 60여일 동안 전국 15개 생활치료센터에 3025명의 환자가 입소해 2957명이 완치돼 퇴소했다.

치료센터에서 1개월을 지낸 윤모씨(51·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맞는 황금연휴의 의미가 각별하다”고 말했다.

윤씨는 “감염됐을 때는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던 시기여서 사람들이 감염자들을 마치 조선시대의 역병환자 처럼 취급했다”고 털어놨다.

역학조사에서 윤씨의 대학생 딸이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을 파악한 보건당국은 윤씨의 집으로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을 보내 두 사람의 검체를 채취했고, ‘모녀가 확진으로 판명됐다’고 통보했다.

입원할 병실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던 윤씨와 딸은 며칠 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센터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레벨D’ 방호복으로 무장한 직원과 체육복을 입은 환자들 뿐이었다.

10평 남짓한 혼자 만의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숨쉬기, 스트레칭, 뉴스보기, 빨래하기, 임상증상 기록표 작성하기, 의료진과의 상담이 전부였다.

윤씨의 딸은 다행히 센터 입소 17일만에 완치돼 감옥 같은 생활에서 벗어났지만 윤씨는 충북 천안에서 IBK기업은행 연수원이 있는 충주로 옮겨졌다.

진단검사에서 연속 2차례 ‘음성’이 나와야 완치 판정을 받는데 윤씨는 ‘음성’ 후 ‘양성’, 음성과 양성 사이인 ‘경계’에 있었다.

윤씨는 “마지막 2주간의 치료센터 생활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시설은 쾌적하고 바깥 풍경도 좋았지만 방안에서 하루종일 보내는 일이 고역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디어 완치 판정을 받고 생활치료센터를 나설 때의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의료진들의 환송을 받으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완치돼 귀가했지만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했다.

결국 49일간의 격리 생활을 한 셈이다.

윤씨는 생활치료센터에서의 한달간을 떠올리며 “어느 봄날 아침, 노크소리와 함께 문 앞에 놓여진 야생화 다발과 ‘봄이 활짝 피었습니다. 힘내세요”란 글이 적힌 손편지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방안에 갇혀 지내는 환자들을 위해 의료진들이 마련한 이벤트인 것을 안 그는 ”혼자가 아니구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생각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고 회상했다.

윤씨는 또 ”의료진들이 검사할 때도 환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진과 공무원, 군인 등 봉사자들에 대한 인식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완치 환자가 재확진된 뉴스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된 사람들이 마치 죄인이 된 듯 하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큰 고통을 겪은 후 6일간의 징검다리 황금연휴를 맞은 윤씨는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내게 준 교훈은 ’건강한 습관의 소중함‘“이라며 ”손을 자주 씻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아예 생활이 됐다. 문고리를 잡은 후에도 손을 씻고 차안에 손세정제를 넣어두고 다닌다“고 했다.

윤씨는 ”옷은 안입어도 마스크는 꼭 챙겨야 안심이 된다. 마스크의 소중함을 알았다“며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극복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국민들이 마스크 잘 썼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구·=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