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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파에 정책금융상품 수요 껑충…급전 절실한 서민들 문의 폭주

입력 | 2020-05-03 16:16:00


“코로나19 한파가 월급을 덮쳤네요.”

부산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 중인 김모 씨(70)는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월급이 220만 원에서 170만 원으로 삭감됐다. 아파트 관리업체도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일자리를 잃은 건 아니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갑자기 월 소득이 50만 원이나 줄면서 저축은행 대출 원리금을 갚는 것부터 버거워졌다. 급전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김씨는 겨우 지역 신협에서 서민지원 상품인 햇살론으로 1000만 원을 대출 받아 고금리 저축은행 대출금을 상환하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정책금융상품을 찾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위해 연 1.5%대 초저금리 긴급대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소상공인으로 대상이 한정된 데다 신청자가 밀려 오래 기다려야 하는 까닭이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이 결국 햇살론 등에 손을 벌리는 셈인데, 조만간 긴급대출 1차분 재원이 소진되면 기존 정책금융상품에 대한 서민들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3월 미소금융, 근로자 햇살론, 햇살론17 등 서민금융상품 공급규모는 총 4038억 원이다. 이는 2월(3415억 원) 대비 18%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자금난에 처한 서민들의 문의가 폭주하면서 3월 서민금융 상담건수 역시 14만4179건으로 전월 대비 27% 이상 증가했다. 1월(9만2971건)에 비해서는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전년 동기 실적과 비교가 어려운 햇살론17과 햇살론유스를 제외한 나머지 상품들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미소금융의 경우 지난해 1분기 948억 원이던 것이 올 1분기 1054억 원으로, 근로자 햇살론은 6736억 원에서 7122억 원으로 공급액이 불어났다.

대표적 서민용 정책대출인 미소금융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 또는 차상위계층 이하 사업자에게 최대 2000만 원 한도로 운영·시설자금 등을 빌려준다. 금리는 연 4.5% 수준이다.

연소득 3500만 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 6등급 이하면서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의 저신용자들을 위한 ‘근로자 햇살론’은 생계비 용도로 최대 1500만 원을 지원한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금리(온라인 신청 기준)는 연 6~7%대다. 정부에서 도입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긴급대출(1.5%)보다 금리가 높지만 처리속도가 빠른 편이다보니 수요가 늘어났다.

햇살론 등 정책금융 상품에 대한 수요도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업은행, 시중은행으로 나눠서 취급되던 소상공인 1차 긴급대출 상품이 소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초저금리 대출 상품이 4월 29일을 기해 마감됐으며 소진공 상품도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시중은행의 초저금리 대출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신용등급 1~3등급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서민들이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2차 긴급대출은 5월 18일부터 사전 신청접수를 받는다. ‘대출지원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급전이 절실한 서민들이 대안으로 정책금융상품으로 눈길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