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행 20일 만에 건재한 모습으로 재등장하면서 워싱턴의 관심은 향후 북-미 정상 간의 접촉 및 향후 비핵화 협상 재개 여부에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그의 ‘복귀’를 환영했고, 1일 기자들과 만났을 때에는 김 위원장과 통화를 할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 관련 질문에 “알고 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으며 신중한 기조를 이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들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수준에서 발언을 자제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는 것은 파악했지만, 북한이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까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만 반응을 한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 속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김 위원장이 화답할 경우 조만간 두 정상이 친서외교를 다시 이어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다만 바로 북-미 관계의 진전이나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재선 캠페인 등으로 대북 협상을 재개할 여력이 많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김정은의 재등장이 비핵화 대화의 다이내믹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신 중에서 김 위원장의 위중설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CNN은 김 위원장의 재등장 직후 이를 해설 없이 보도하면서 “사진의 진위 여부와 촬영 날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CNN은 해명하듯 “북한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고 리더십 관련 정보는 종종 ‘블랙홀’이 된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