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가 쉬어도 문제없는 기업을 경험… 남에게 묻어갔다면 설 자리 잃을 듯
하임숙 산업1부장
의외로, 회사가 너무 잘 돌아갔다. 일하는 인력과 쉬는 인력이 서로 남의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부서 간, 팀 간 담을 쌓고 의사소통을 하지 않던 ‘사일로 현상’이 사라졌다.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쌓아올렸던 장벽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효율성만 남은 것이다. 이 회사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도 인력을 과거처럼 느슨하게 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심했다. “한번 경험한 뒤에는 과거로 돌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40%까지는 아니라도 약 30% 선은 불필요한 인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 인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지요.”
이번엔 재택근무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 이야기다. 처음엔 그저 재택근무자의 선한 의지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출근시간엔 컴퓨터 앞에 앉아서 회사에 출근할 때처럼 일을 하겠지.’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해도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게 아니라 회의에 집중하겠지.’ 안 믿는다고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택근무가 일회성이 아니라 상시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 회사는 제도를 제대로 운용할 방법을 연구하기로 했다.
이렇게 기업들은 ‘코로나 이후’의 조직 관리에 대해 깊은 고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완벽하게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건 틀림없다. 처음엔 바이러스에 등 떠밀려 시작한 변화였지만 한번 시작된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기업의 인사·조직 관리를 컨설팅해 주는 회사들에서 엿볼 수 있다. “요새 엄청 바빠요. 안 그래도 1990년대생이 조직에 늘면서 전통적 조직을 바꿔야 했던 판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조직을 효율화하려는 기업이 엄청 늘었거든요.”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인사담당 스태프로 오래 일했던 정태희 리박스컨설팅 대표의 말이다.
기업들이 정밀한 조직 관리에 신경 쓸수록 직장인들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성과 관리가 빡빡해질수록 남에게 묻어가는 ‘이지 라이더’가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앞장서서 ‘해고 남용 금지’ 등을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런 단체행동이 조직 내 저성과자들의 안위까지 모조리 보장해 주진 못할 것이다. 효율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경영진도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숨을 곳이 사라진 세상은 무서운 세상이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해볼 수 있는 기회의 세상이기도 하다.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