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 공정위, 공시대상집단 지정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인 사모펀드(PEF)가 자산 기준 재계 60위권 내 그룹으로 부상했다. 또 정보기술(IT) 기업의 재계 순위가 대거 상향 조정된 반면 불황의 여파를 맞은 건설, 석유화학 기업 등은 몸집이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업종별 기상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내년에는 대기업 순위가 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64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통지했다고 밝혔다. 전년(59개) 대비 5개 증가한 수치로 공기업집단이 제외된 2017년 이후 최대치다. 통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에 따른 재계 순위로 인식된다.
○ 사모펀드가 ‘대기업’에… 카카오 등 IT 약진
상위 10위 이내 기업집단의 자산 순위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의 순이었다. 10위였던 현대중공업이 9위로, 9위였던 농협이 10위로 자리를 맞바꾼 게 유일한 변화였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수는 전년 대비 181개 증가해 2284개로 나타났다. 기업집단별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스마트모빌리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카카오의 계열사가 26개 늘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자산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34개로 작년과 같았다.
○ 코로나19 전에 이미 당기순이익 반 토막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총 자산총액은 전년 대비 136조4000억 원 증가한 2176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은 늘었지만 경영 실적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1401조6000억 원)은 전년보다 2.35%, 당기순이익은 48.1% 줄어들었다. 부채 비율은 71.7%로 전년보다 3.9%포인트 올랐다.
삼성이 전해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19조7000억 원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고, SK(―14조7000억 원), LG(―3조5000억 원) 순으로 감소했다. 공정위 측은 “삼성의 경우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고, SK와 LG는 석유화학 업황이 안 좋아진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상위 그룹의 경영 실적이 악화하면서 대기업집단 전체에서 5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자산총액(54.0→52.6%), 매출액(57.1→55.7%), 당기순이익(72.2→68.5%) 모두 비중이 하락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